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일 검찰에 출석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상직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항공 업계 경력이 전무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모 씨를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시켜준 대가로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게 아닌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검찰에 나와 “정치 보복 수사를 여기서 더 하게 된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문 전 대통령 지인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고검은 1월 임 전 실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 명령은 상급 검찰청이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해 다시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대표적인 의혹 사건들이다.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은 의문투성이다.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이 전 의원은 4개월 뒤 항공업 경력이 없는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씨를 자신이 실소유한 타이이스타젯의 전무로 채용했다. 이 전 의원은 직원들을 동원해 서 씨와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 가족의 태국 이주도 도왔다. 서 씨는 타이이스타젯에서 월급 800만 원과 주거비 등을 지원 받았다고 한다. 서 씨가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사위가 아니었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다. 검찰은 이 같은 지원이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 아닌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뇌물보다 훨씬 심각한 반헌법적 사건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지난해 11월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등 모두 12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과 대통령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선거 제도와 참정권을 위협한 중대 범죄”라고 질타했다.
이들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칼끝은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을 넘어 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임 전 실장에 이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게 31일 소환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또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 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총선 공천이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채용에 대한 대가라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선거 개입 사건의 경우 검찰은 2021년 임 전 실장과 조 대표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증거나 정황이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 1심 판결문에는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이 14차례나 언급되기도 했다.
임 전 실장과 조 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2018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문재인 정부 검찰은 ‘적폐 수사’라는 명목으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다스 횡령 의혹 등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이라며 공개 비판하자 문 대통령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 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 말을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에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우리 사법 질서에서 검찰의 역할은 범죄를 수사하고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다. 법 앞에는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어떤 예외도, 성역도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