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내 커피 전문점 수가 10만 개를 넘어서며 저가 커피 매장 ‘빽·컴·메(빽다방·컴포즈커피·메가커피)’이 2년 새 70% 급증했다. 반면 커피 전문점 1세대로 분류되는 이디야, 탐앤탐스 등은 매장 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등 커피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디야의 매출액은 2756억 원으로 전년(2778억원)보다 0.8% 감소했다. 실적 공개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역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2억 원으로 18.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인 34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2002년 설립된 이디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꺾였다. 국내 카페 브랜드 중 처음으로 2021년 3500호 점을 돌파했지만 가맹점들의 계약 종료·해지 등으로 매장 수는 3018개를 나타냈다. 2022년에는 순증 기준 한 개 점포가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점포 수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디야가 역성장한 것은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립 당시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선보이며 한 잔에 4000원 안팎이던 스타벅스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1000원대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내세운 빽·컴·메 등 후발 저가 커피 업체들이 등장한 가운데 이디야는 오히려 3000원대로 가격을 올리며 상대적으로 비싼 브랜드로 이미지가 바뀐 것이다. 문창기 회장의 장남 문승환 경영전략본부장이 해외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취약해진 브랜드의 수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탐앤탐스커피도 상황은 비슷하다. 탐앤탐스는 2021년 344개였던 매장이 지난해 277개로 24% 감소했다. 매출은 392억원에서 414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89억원에서 91억원으로 오히려 늘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커피빈도 애매하게 고가 정책을 펼친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커피빈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충성 고객을 확보했지만, 팬데믹 기간 수익성이 악화됐다. 2019년 291개였던 점포는 지난해 225개까지 줄며 매장은 지속해서 사라지는 추세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4%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커피 브랜드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리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두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커피 점포 수가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수익을 내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업종 가맹점 수는 전년 대비 13% 늘었지만, 이 중 70%는 평균 매출액이 2억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가 커피 브랜드가 자체 커피 수급 및 개발에 힘을 주며 품질까지 끌어 올리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빽·컴·메의 경우 2021년 3859개였던 매장 수가 지난해 6518개로 69% 증가했다. 이들은 자체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거나 원두를 전국 가맹점에 직접 공급하며 유통 단계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꼭 필요한 것만 사자는 ‘요노(너한테 필요한 건 하나 뿐·You Only Need One)족’ 열풍이 불며 가성비가 좋은 저가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반 커피 브랜드 가격으로는 저가 커피전문점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리브랜딩 전략을 통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로열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