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기로 한 가운데 시 당국은 외려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머스크 인수 후 X의 사세가 꺾인 데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진보 문화에 적대적인 머스크에게 질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의 X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지만 시 당국은 ‘속이 시원하다(Good Riddance)’고 말한다”며 “세금 감면으로 유혹했던 10년 전과 달리 샌프란시스코는 X 이전을 한탄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X의 전신 트위터는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뒤 18년간 시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2년 머스크가 X를 인수한 다음부터는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성소수자 학생 관련 법 ‘AB1955’에 반발하는 한편 샌프란시스코의 열악한 치안을 문제 삼아 본사 이전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결국 머스크는 지난달 본사를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기고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를 폐쇄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던 인력은 인근 팔로알토와 새너제이로 재배치된다.
샌프란시스코 여론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2011년 트위터가 인근 브리즈번으로 이전하려 했을 때 세제 혜택을 제안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트위터에 대한 세제 혜택을 지지했던 시 법무 책임자 데이비드 츄 변호사는 “X 이전에 대해 대부분의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다행이다’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몇 달 전 머스크를 한 번 만났고 그와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잔류를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내 목표는 회사들이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누구에게도 구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머스크에 대한 정치적 반감 외에 인수 후 고용과 매출이 크게 위축됐다는 점도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의 미지근한 태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전성기 X는 직원이 7000명을 넘어서며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며 본사 인근은 유령 도시가 됐다. 머스크가 인수한 후에는 직원 3분의2를 해고했고 실적이 악화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테드 이건은 “X의 규모가 너무 많이 줄어든 탓에 다른 도시로 옮겨도 시 재정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