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노을이 내려앉는 노들섬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2024 한강노들섬클래식’이 올해도 열린다. 올해는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10월 12·13일에, 오페라 ‘카르멘’을 19·20일에 만날 수 있다.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기악·성악·무대예술이 한꺼번에 어우러진 종합예술을 서울시민들에게 선사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분들이 제작진에 참여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2022년 오페라 ‘마술피리’로 시작해 지난해 발레 ‘백조의 호수’와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를 선보이며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을 만나 야외 공연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올해는 관객 수를 더 확대해 서울 대표 클래식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현아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은 "올해 주제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고전’이라며 “사업 목표는 글로벌 도시 서울의 특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세기 후반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들인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오페라 ‘카르멘’이 한 회차당 2000명, 총 8000명의 시민들을 만난다.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명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유니버설발레단과 발레STP협동조합의 무용수 70여명이 함께 선보인다. 오로라 역은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솔리스트 이유림이, 데지레 역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맡는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4시간 구성의 작품을 95분 구성으로 연출했다”며 “고전 발레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야외 공간의 한계 극복을 위해 LED 영상을 활용해 무대 배경을 연출해 아름다운 노들섬의 배경과 어우러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탁 발레리노는 “발레 하면 떠오르는 것이 격식과 부담되는 느낌이고, 한강은 반대로 편안함과 휴식, 포근함을 떠오르게 하는데 발레가 한강의 힘을 빌려 시민에게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야외인 만큼 노들섬 전체를 무대로 생각하고 시선을 더 크게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은 집시 여인 카르멘을 둘러싼 비극적 운명과 사랑, 인간의 본성을 그린 작품이다. 김숙영이 연출을 맡고 김광현이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카르멘 역은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이, 돈 호세 역은 테너 존노가 맡고 소프라노 김신혜는 미카엘라 역을 맡는다.

카르멘 역시 전막을 100분으로 줄여 관객들의 부담을 줄였다. 김 연출은 “현 시대가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노력했다”며 “데이트폭력 등의 문제에 관한 메시지를 관객들이 담아가실 수 있게 원작 변화 없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존노는 “모두 함께 자연을 바라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페스티벌인 만큼 저도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올해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무료로 진행된다. 지난해 예매가 30초에 마감됐을 만큼 큰 인기였지만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객석 10%는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배정되며 전화 예약이 가능해진다. 또 사회적 약자와 한부모·다자녀 가정 등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도 별도로 초대한다. 이 대표는 “문화예술을 통해 공익성과 따뜻한 온도를 서울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겠다”며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글로벌 축제로 발돋움하고, 예술단체과 예술인들에게는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