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종서가 올해 초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경기에 앞서 시구를 선보인 자리에서 착용해 인기를 끌었던 ‘레깅스계의 샤넬’ 룰루레몬이 미국 등 북미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2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레깅스를 대신 가성비가 높은 저렴한 브랜드를 찾은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룰루레몬이 지나치게 몸매를 부각하는 점도 룰루레몬 등 프리미엄 레깅스가 외면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룰루레몬 등 프리미엄 레깅스 브랜드 보다 ‘저렴한 버전’인 ‘듀프’(duplication’의 줄임말로 브랜드 제품을 따라 만든 ‘저렴이’ 제품을 의미)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WSJ은 룰루레몬 등 프리미엄 스포츠의류 브랜드들이 ‘저렴한 대체품’ ‘듀프'로 인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룰루레몬의 매출은 지난 14분기 연속 15% 이상 증가했다. 가장 최근 회계연도(지난 1월 28일 마감)에서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96억달러(약 12조7008억원)를 기록했다. 또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어난 22억1000만달러(약 3조3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예상치를 넘었다.
그러나 최근 매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월 룰루레몬은 미국 내 매출이 급감하는 흐름을 보였고 급기야 2분기 들어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왔다.
1998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룰루레몬은 레깅스 등의 제품을 2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애슬레저(일상 운동복) 시장을 선도했다. 코로나 당시에는 에슬레저룩이 인기를 얻으며 의류 브랜드들이 고전할 때 오히려 살아 남은 ‘무적의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국내에서도 ‘레깅스계의 에르메스’ ‘레깅스계의 샤넬’로 불리면서 프리미엄 에슬레저룩 시장의 강자로 불렸다. 특히 배우 전종서의 시구 패션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젝시믹스, 안다르 등 ‘토종 레깅스’ 보다 최고 10배 가량 비싸지만 뛰어난 몸매 보정 효과 등이 인기 비결이었다.
이처럼 성장 가도를 달리던 룰루레몬은 경기침체와 불편한 보정력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학생 미카일라 키초풀로스(22)는 WSJ에 “프리미엄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을 입는 것은 과거에 비해 큰 의미가 없다”면서 “할인 상품이나 가성비 제품을 찾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 룰루레몬은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룰루레몬은 최근 고객들이 신제품 레깅스의 핏에 대해 “배와 엉덩이를 너무 부각한다”며 불만을 제기하자 해당 제품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단했다. WSJ는 “룰루레몬의 옷은 색상과 사이즈가 다른 애슬레저 브랜드에 비해 충분하게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듀프’ 제품은 색상 등이 다양해 20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특히 높다고 했다.
실제로 리서치 회사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10월 미국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1이 듀프를 구매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중 Z세대는 50%, M세대는 44%가 각각 듀프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애슬레저 시장에서도 짐샤크(Gymshark)와 에이와이비엘(AYBL), 할라라(Halara) 등 저렴한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 브랜드의 레깅스 가격은 평균 3만원으로 룰루레몬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