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올해 선거에서 맞붙을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군 복무 기록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이 아닌 공공 서비스 부문의 맥락에서 살펴보면 ‘공적을 훔친’ 실제 가해자는 밴스와 그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그들이 코웃음쳤던 과감한 조치, 반대로 일관했던 가족 친화적 법안과 지금도 폐기하려 노력 중인 인기 만점의 민주당 정책을 칭찬받아 마땅한 그들의 업적으로 위장한다.
예를 들어 지난주 민주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 2주년을 기념하자 2022년 당시 이 법안에 완강히 반대했던 공화당은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이 법을 무력화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들은 이미 20여 차례에 걸쳐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여러 법조문을 폐기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IRA 예산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자 그들의 노력이 이 같은 대형 공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IRA 관련 사업의 치어리더 역을 자임했다. 물론 완전한 허구다.
IRA 자금 지원을 받는 주요 프로젝트가 대부분 공화당 강세 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는 것은 2024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강력한 득표 요인이 될 수 있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스티브 스컬리스는 출신주인 루이지애나에 자신이 풍력에너지 개발 투자를 유치한 양 요란스레 떠들어 댄다. 낸시 메이스 의원도 IRA 예산이 투입되는 전기자동차 공장 건설을 통해 그의 선거구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전기차 교통 허브로 떠오를 것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IRA 법안에 결사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들의 노골적인 공로 가로채기는 이 정도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은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공항 확장 공사를 반기며 이 지역 출신인 번 부캐넌 의원과 함께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공항 확장 프로젝트에는 초당적 기반시설법(BIL)에 따라 배정된 최소 1600만 달러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 법안의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몇몇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존슨 의장과 부캐넌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최근 밴스는 꼬박 한 달이라는 시간을 “자식 없는 고양이 엄마(cat lady)” 발언을 해명하는 데 소모했다. 그는 문제의 발언이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이 가정 친화적인 정책에 열성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공화당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가정 친화적 정책이라는 게 도대체 무얼까? 아무리 살펴보아도 공화당이 내세울만한 가정 친화적 정책이나 입법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밴스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가 부양자녀 세금공제 확대를 지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달 초 상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표결할 당시 밴스는 아예 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그의 공화당 동료 의원들은 법안 처리를 저지했다. 아동 빈곤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1 부양자녀세금공제법 임시 연장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밴스는 그의 ‘친가정’ 의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입법안으로 네트워크 외부 진료에 따른 예상치 못한 의료비 청구 폐지안을 꼽는다. 지난 주 ABC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네트워트 외부의 의사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병원 측으로부터 터무니없는 진료비 청구서를 받아든 환자와 가족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며 자신의 두 번째 자녀 출산에 관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예기치 못했던 의료비 청구로 아빠와 엄마가 겪는 고통을 없애는 것이 이 법안을 제안한 실질적 의도”라고 강조했다.
밴스의 이 같은 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그가 지정된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은 외부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의 과도한 진료비 청구를 제한하는 ‘노 서프라이즈 액트’를 언급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 법안이 밴스가 상원에 진출하기 2년 전인 2020년에 이미 법제화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밴스가 오직 자신 만을 위해 민주당에 돌아가야 할 입법 및 정책 성과를 훔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밴스는 조 바이든이 타결한 러시아와의 교도소 수감자 교환 협상을 도널드 트럼프의 공으로 돌렸다. 물론 트럼프 자신도 다른 대통령들의 위대한 업적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통달한 인물이다.
이런 옛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타인을 흉내 내고 사칭하는 행위는 그 사람에 대한 가장 높은 형태의 칭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