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2학기에도 휴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내년도 의예과 1학년 신입생이 7500명으로 2.5배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 교육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 학제 운영과 관련해서 대학에 전권을 주고 정부는 재정적 지원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27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교육부서 의료개혁과 관련된 예산이 올해 1000억원 미만에서 내년도 4877억원으로 증액을 시켰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이어 “의료 교육과 관련해 28일 대통령이 골격을 밝힌 후 31일 복지부 장관, 9월 초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상세히 재정계획을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의대생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시키는 주체는 대학인만큼 각 대학에 전권을 줬다”며 “휴학으로 못한 교육은 필요하면 학칙을 개정하더라도 보충 교육을 시켜 의사로서 자격을 따고 활동할 수 있도록 부총리와 의대 학장들과 상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총리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제안에 대해 “관련 기관 검토 후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5일) 한 대표께서 ‘2026년 (의대) 증원을 유예하면 이 문제가 좀 더 쉽게 풀릴 거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제가 ‘여러 가지 검토를 해봐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관련 기관에 ‘검토해봐라’(라고 지시를 했다)”며 “검토해봤는데 정부로서는 ‘그건 좀 어렵다’는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한 대표의 제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29일 총파업 예고에는 “수십 년간 누적된 고질적,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국민들도 이를 참아주시고 노력해주고 계시다”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고통스러운 개혁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며 “편하게만 하는 정부라면 이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적 총력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의료개혁이란 없다”면서 “우리가 좀 어려움도 있고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겪어야 된다 생각하고, 최소한의 부작용을 줄이는 노력을 위해 모든 부처가 총력전을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3058명(증원 전 정원) 유지하고, 응급실 뺑뺑이를 돌든, 지역의료가 망가지든, 필수의료가 점점 작아지든 의료개혁을 하지 않는 게 국민에 대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한 총리는 전공의들이 증원에 반발해 중증·난치병 환자를 떠났다는 사실을 성토하면서 이례적으로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총리는 국회를 향해 보건의료노조 주요 파업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간호사법’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한 총리는 “정부로서는 현재로서 제일 중요한 법 중 하나고, 국민들도 그걸 원하고 있다”며 “다른 방법은 없고, 여야 국회의원님들을 잘 설명하고 설득할 테니 8월 회기에 통과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