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이익만 보고…유통플랫폼, 상반기 연구개발비 줄였다

올 IPO 앞두고 실적에 집중
컬리 연구개발비 전년比 10%↓
상장 외 경기둔화 영향도 커

사진 제공=컬리

상장을 앞둔 유통업계 주요 플랫폼들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래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결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컬리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에 172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190억 원에서 9.4%(18억 원) 감소한 것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9%에서 올해 1.6%로 줄었다. 컬리는 공시를 통해 2022년부터 연구개발비를 발표해왔는데 전년 대비 관련 금액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개발비는 기업이 자사 제품·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다. 컬리는 커머스 및 물류 데이터 관리 고도화, 새벽배송 서비스 강화 등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왔다.


컬리가 연구개발비를 처음 줄인 것은 상장 진행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2021년부터 상장을 추진하다 작년 초 자진 철회한 컬리는 올해 들어 다시 기업 공개(IPO)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를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데 연구개발비를 줄여 이익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를 줄이면서 1분기에는 사상 첫 영업이익 5억 원 흑자 달성에 성공했고 2분기에는 영업 손실(83억 원)을 보긴 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390억 원 개선시켰다. 이와 관련해 컬리 관계자는 “연구개발비가 줄어든 것은 소폭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연구개발비를 하반기에 집중시켜 여러 과제들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컬리와 함께 상장을 기획 중인 야놀자 역시 연구개발비용을 통제하는 상황이다. 야놀자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를 446억 원 썼는데 작년(440억 원)보다 소폭 늘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13.6%에서 3.3% 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택해 집중 투자해야 하는 야놀자가 연구개발 비중을 줄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놀자는 클라우드 사업을 무기로 미국 증시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국내 유통 플랫폼 중에 컬리와 야놀자 외에 그로서리 직매입에 특화된 오아시스도 상장을 계획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사 외에 오프라인 업체들도 연구개발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이슈와 무관하게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어 비용 절감을 위해 투자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BGF리테일이 올해 상반기 17억 원을 썼는데 지난해(21억 원)보다 19% 줄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온 등을 영위하는 종합 유통사 롯데쇼핑도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가 1억 6000만 원에서 1억 1500만 원으로 줄었다. 다만 롯데쇼핑 기업 규모에 비해 연구개발비 절대 금액이 적은 만큼 다른 항목 지출을 통해 연구개발 활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