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다. 농약도 쓰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가꾼 잔디다. 잔디밭 한쪽에 조성된 연못에는 온천수가 흐른다. 비가 오면 실내에 들어가 각종 장애물 넘기 등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놀면서 쉬기에 딱 맞는 이 공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반려견’이다.
교원그룹이 반려견과 견주가 어떠한 장애 없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한 호텔 ‘키녹’을 이달 31일 오픈한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반려견을 키우는 시대지만 반려견과 함께 호텔에 묵으며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교원그룹은 키녹을 더 많은 돈을 내고도 이용에 각종 제약이 따르는 다른 호텔들과는 차별화된 숙박 시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다.
◇키즈카페 대신 펫파크, 반려견 유치원=경북 경주시 보문단지에 위치한 키녹은 34실에 달하는 전체 객실이 반려견과 동반 투숙이 가능한 국내 유일한 호텔이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펫 프렌들리(친반려동물) 호텔·리조트가 일부 객실만을 반려견이 이용할 수 있게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16년째 운영해온 스위트호텔경주의 뼈대만 남기고 전면 리모델링한 덕분에 가능한 변화였다.
실제로 호텔의 모든 시설은 반려견과 견주에게 초점을 맞췄다. 키녹만의 차별화된 시설로는 우선 약 8264㎡(2500평) 너비의 야외 펫파크(반려동물 전용 공원)가 손꼽힌다.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농약을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잔디를 관리한다.
중소형견 존, 대형견 존뿐만 아니라 노령견, 사회화 교육을 받는 반려견 등을 대상으로 한 ‘케어존’도 별도로 분리돼 있다. 대형견·중소형견을 같이 키우는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존도 운영한다. 키녹 측은 “프리 오프닝 기간(이달 15~30일) 이용객의 70%가 중소형견을 동반한 점을 고려해 중소형견을 위한 공간을 더 넓게 조성했다”고 말했다.
호텔로 들어서면 반려견을 위한 각종 편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반려견을 바로 씻길 수 있는 셀프 샤워실부터 전문 미용사가 서비스하는 ‘펫 트리밍 센터’, 훈련사가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반려견 유치원이 대표적이다. 경주 보문단지 내 펫 프렌들리 호텔 중 이 같은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키녹이 유일하다.
◇청각 예민한 반려견 배려한 초인등까지=호텔 객실 내부 또한 반려견의 눈높이에 맞춰 설계됐다. 모든 객실에는 의자가 다 접힌 채 장식장에 걸려 있다. 방 안에서도 반려견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욕실에는 투숙객이 쓰는 샤워실과는 별도로 반려견을 위한 샤워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공간의 배수관은 털이 빠져도 막히지 않도록 기존 대비 2.5~3배가량 큰 대구경을 썼다.
사람보다 훨씬 예민한 시각, 청각을 지닌 반려견을 고려해 객실의 모든 조명은 깜빡임 없는 제품을 사용했다. 초인종 대신 침대 옆, 욕실 내부 등에 빨간불이 켜지는 초인등을 도입한 것도 호텔 업계에서는 처음이다. 모든 객실은 야외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창과 소파를 마련했다. 소파는 반려견도 올라와 통창 뷰를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키녹 측은 “펫 프렌들리 호텔이라고 해놓고 펫 베드(침대)만 있는 데가 많다”며 “키녹은 반려견 냄새가 배지 않게 벽지 대신 페인트로 마감하고 타일을 벽에 올려 인테리어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반려견을 키우는 550만 가구 중 대구·경북·울산 지역에 150만 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도권(250만 가구)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편이다. 경주에서 반려견을 위한 호텔을 운영하는 데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프리 오프닝 기간 호텔 이용객의 상당수는 부산·대구·울산·포항 등에서 경주까지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운전해 반려견과 함께 방문했다.
키녹 측은 “전 객실을 반려견 전용 객실로 운영하다 보니 반려견을 위한 집,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부터 협업 문의가 벌써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객실을 고급화하는 동시에 반려견과 동반 이용이 가능한 ‘펫셔리(펫+럭셔리)’를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