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28일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와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논의한다. 인수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 문제로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문을 넘어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손 전 회장 관련 우리은행의 부적정 대출 문제에 대해 현재 금융지주와 은행의 경영진에도 늑장 보고 등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사회 문턱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 등을 볼 때 우리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징계 가능성이 높아 사업군 확장을 추진해온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27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8일 이사회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포함해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패키지 인수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생보사에 대한 실사는 지난주 종료했고 검토 결과 인수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가격대는 약 2조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손 전 회장 관련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당국이 강한 강도의 제재를 예고해 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에게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관련한 향후 전망과 예상되는 제재 수위 정도 등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인수를 승인하더라도 금융 당국의 제재 정도에 따라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금융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는 크게 경영진에 대한 개인 제재, 금융사에 대한 제재로 나뉜다. 금융사에 대한 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로 나뉜다.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1~3년간 금융회사 인수가 금지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이나 중지명령,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기관(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기관 제재를 받을 것이 유력한데 제재가 예상되는 회사에 금융회사 인수합병을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신청이 들어오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며 “법상 할 수 있는 최대한을 가동해서 감사 및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허가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제재가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며 “보험사 인수 주체인 우리금융도 잠재적 제재 대상인 만큼 그사이 대주주 인가를 내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제재 시점이 우리금융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보다 늦어질 경우 심사 시기를 미루는 등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를 할 경우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인허가와 관련해 금융 당국의 재량권이 큰 편”이라며 “제재 이전이라도 충분히 관련 상황을 고려해 인가를 미루는 등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말 KDB생명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던 JC파트너스의 경우 2021년 6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심사가 9개월 이상 밀리면서 딜 클로징에 실패했다. 결국 2022년 4월 13일 JC파트너스가 대주주인 MG손해보험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받아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문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하는 다자보험의 입장이다. 다자보험은 가능한 이른 시일에 두 회사를 매각하기 원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우리금융에 대해 조사→심사→제재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최종 결정돼 매각이 무산되면 시간만 버리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중국 다자보험이 이해가 맞은 것은 시간적인 면이 크다”며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좋은 매물의 보험사를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싶었고 다자그룹은 국내시장에서 빨리 손을 털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니즈가 맞았기 때문에 가격적인 측면에서 합의가 원활히 이뤄진 것인데 시간이 늘어지거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둘 다 골치가 아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