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사업환경 악화…中서 발빼는 글로벌 기업들

IBM, R&D센터 폐쇄 후 인도 이전
식음료 업체 구조조정·철수 이어져
온라인으로 유통구조 전환도 원인
월마트, 빠른 적응으로 성장세 지속

베이징에 위치한 IBM 시스템 센터. AFP연합뉴스

중국의 소비 부진이 길어지고 당국의 통제가 강화됨에 따라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는 글로벌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소비 침체와 함께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관련 업계의 사업 전환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27일 중국 매체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IBM 중국법인은 연구개발(R&D) 부서를 폐쇄하고 인도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인원은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경쟁사들의 급속한 성장에다 정부 당국의 국산 제품 구매 유도, 미중 갈등에 따른 영업 환경 악화 등의 파고를 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IBM의 중국 매출은 19.6%나 감소했다.


중국의 내수가 위축되면서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식음료 업체도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중국 사업을 접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계 각국의 체인점을 보유한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은 이날 베이징 등 중국 내 매장 14곳을 10월까지만 운영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베이징헝타이펑요식업유한회사와 영업 라이선스를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회사가 운영하는 분점 14곳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상하이·장쑤성·저장성·광둥성 등의 분점은 다른 중국 기업과 합작하고 있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소비지출 둔화로 식당들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하게 된 딘타이펑이 매장 축소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고급 레스토랑이 뷔페를 팔고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1달러(약 1330원)짜리 상품을 내놓는데 1인당 약 150위안(약 2만 8000원)을 쓰는 딘타이펑은 부조화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소비 위축의 영향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전자상거래 비중이 높은 중국의 유통 환경 변화도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중국 내 공식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하고 온라인 채널만 운영하기로 했다. MS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게임·엔터테인먼트 등 디지털 제품으로 전환하며 판매 중심도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대형 유통 매장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의 헬스앤드뷰티(H&B) 편집숍 세포라는 중국 내 직원 4000명 중 3~10%를 정리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대형 유통 업체 카르푸는 이미 수년 전 중국 철수에 나서 현재 남아 있는 매장이 채 10개도 안 된다. 일본의 햄버거 체인점 모스버거 역시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지난달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최대 소매 업체인 월마트는 회원제 매장인 샘스클럽을 확대하며 중국 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 48개의 샘스클럽 매장을 두고 있는 월마트는 매출이 올해 2분기 중국에서 전년 대비 17.7%나 증가했다. 월마트는 최근 보유 중이던 징둥닷컴 지분 5%가량을 매각하는 등 중국 내 자체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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