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1심에서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절반 넘게 줄자 크게 반발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정우영 부장판사)는 27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남 모(62)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도 징역 4~1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신규 계약은 보증금 전액을, 증액 계약은 증액된 금액만큼을 편취 금액으로 인정했다”며 “해당 시점 이후 같은 금액의 보증금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한 경우는 보증금 수수 행위가 없어 범죄 사실 증명이 없는 것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정 악화 상황을 알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2022년 1월 이후 받은 보증금만 사기죄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취지다. 특히 재판부는 남 씨 일당이 해당 시점 이후에 임대차계약을 하거나 증액 계약을 한 경우만 전세사기 대상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사기공화국 대한민국 만세다”라고 소리치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남 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보증금 148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남 씨 일당의 전체 혐의 액수는 536억 원(665채)이나 이날 선고된 재판에서는 먼저 기소한 148억 원대 전세사기 사건만 다뤄졌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전세사기 재판은 따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