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눈 실명에도 ‘의안모델’로 성공…“슬퍼말아요. 질병은 神에게서 받은 선물" [지금 일본에선]

초등학교 2학년 때 왼쪽 눈 실명
오른쪽 눈도 언제 잃을지 몰라
학생 때는 괴롭힘·조롱 당해
"어머니가 희망과 용기 줘"
큰북 연주자·라디오DJ로 활약
9월 파리에서 런웨이 행사
"볼 수 있는 이 순간을 소중히"

왼쪽 눈을 잃고도 좌절하지 않고 ‘의안모델’로 활동하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도미타 아키코. 사진 제공=도미타 아키코

아키코가 일본 북 공연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도미타 아키코

인카운트 기사 내용 캡처


왼쪽 눈을 잃고도 좌절하지 않고 '의안(義眼) 모델'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이 일본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8일 일본 매체 인카운트는 32세 의안 모델인 도미타 아키코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생 역전 스토리를 전달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시력 이상을 겪기 시작해 26세 때 왼쪽 눈을 잃었다. 병원에서 오른쪽 눈도 언젠가는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역경을 넘어 패션과 연예계에서 활약하며 주목 받고 있다.


아키코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과서의 글자가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에는 거의 볼 수 없게 되어 첫 번째 눈 수술을 받았다.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으로 얼굴과 배가 붓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남의 눈을 의식해 앞머리를 내리고 왼쪽 눈을 가리기도 했다.


학교 생활에서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머니는 교과서를 한 장 한 장 확대 복사해줬고 아키코는 안경을 쓰고 확대경으로 겨우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수영장에서 익사시키려는 등의 괴롭힘을 당했지만 부모님께 더 이상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이를 숨겼다.


그녀는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26세에 왼쪽 눈을 완전히 잃었을 때 의안을 착용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실제로 착용해보니 "엄청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는 설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키코는 6년 전 연예계에 도전했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권유로 시작된 이 도전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미스 콘테스트 출전, 라디오 DJ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다. 2021년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에서는 일본 북을 연주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녀는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오는 9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 컬렉션의 '유니버설 런웨이'에 참가할 예정이다. 일본의 디자인 팀이 결성돼 오트 쿠튀르 의상을 제작하고, 본고장의 무대에서 발표하게 된다. 아키코는 “일본 북 연주와 런웨이를 결합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정말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긍정적인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파리 컬렉션 프로듀서를 맡은 호시자키 히데레나는 “아키코의 밝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정말 아름답다”면서 "장애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앞을 향해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그녀는 우리에게 진정한 공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아키코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나누며 “과거의 괴로운 경험 덕분에 오히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은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고 현재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인카운트는 이러한 아키코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역경을 극복하는 힘과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