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실"…지하철·수도 '적자늪' 더 깊어졌다

[행안부, 2023년도 지방공기업 결산]
작년 2.6조 손실…2년 연속 급증
부채도 1년새 6.9%늘어 65.5조
지하철 무임승차 누적·값싼 요금 탓
도시철도공사 등 108곳 중점관리

서울 지하철 열차 내부가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공요금 체계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지방 공기업 당기순손실이 2조 6000억 원을 넘어섰다. 부채가 65조 원을 돌파하면서 부채비율은 201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하철 무임승차 누적 손실, 공공요금 인상 추진 동력 약화 등으로 올해도 지방 공기업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28일 상하수도 등 직영 기업 252개, 지방 공사 73개, 공단 86개를 포함한 411개 지방 공기업의 2023년도 결산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지방 공기업 경영 실적이 악화하면서 2년 연속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87.5%, 2023년 32.3% 등 당기순손실이 2년 연속 급증한 결과 2조 6216억 원까지 치솟으며 2020년(2조 2209억 원) 수치를 넘어섰다.


부채도 1년 새 6.9% 늘어 65조 5000억 원에 달했다. 56조 3000억 원이었던 2021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1.8%포인트 오른 37.8%를 기록하며 2017년(41.6%)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방 공기업 실적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원가에 못 미치는 공공요금 구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수도 등 직영 기업과 도시철도공사의 원가 대비 낮은 요금 등이 주요 원인이다. 상수도 74.9%, 하수도 46.7% 등 상하수도의 요금 현실화율은 매우 낮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임승차 혜택을 주는 지하철도 문제다. 무임승차에 낮은 요금 현실화율(44.8%)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서울·경기·인천·대구·부산·대전 등 6개 도시철도공사에서 1조 2622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행안부는 “2022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수송 인원 증가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96억 원 증가했으나 수송 비용 대비 낮은 요금과 무임 수송 손실 지속 등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제3기 신도시 공공주택 사업 등을 위한 차입금이 쌓이면서 빚도 불어났다. 경기주택공사의 경우 3기 신도시 사업으로 인한 공사채, 차입금 증가 등으로 부채 3조 3000억 원이 증가했다. 도시 철도·개발을 제외한 공사에서도 신도시 차입금 등으로 부채가 전년 대비 25.3% 늘었다.


지난해 지방 공기업의 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238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직영 기업의 자본 증가, 지방 공사의 개발 사업 관련 부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 물가 급등과 국정 지지율 추락에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앞으로 지방 공기업의 재정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경기도·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을 150원 올린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 추가로 150원 인상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지방 공기업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자 행안부는 올해부터 부채·부채비율·총자산수익률 등 재무지표 평가를 통해 총 108개의 부채중점관리기관을 지정해 관리한다. 부채중점관리기관을 대상으로 부채 감축 방안, 수익성 개선 및 지자체 지원 방안 등 5개년도 재무·부채 관리 계획을 수립·공시하도록 하고 반기별로 점검한다. 6개 도시철도공사와 전국의 주요 도시공사들이 포함된 부채중점관리기관의 부채는 총 53조 7000억 원, 부채비율은 124.3%에 달한다.


또 부채중점관리기관(1차) 중 재무 위험이 큰 기관은 부채감축대상기관(2차)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한다. 여기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강원개발공사·광주광역시도시공사 등 22개가 포함됐다. 행안부는 부채감축대상기관을 대상으로 재무·부채 관리 계획의 적정성, 이행 노력도, 이행 실적 등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지방 공사채 발행 사전 승인과 연계한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방 공공기관이 구조 개혁, 경영 효율화 등 노력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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