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택 티오더 대표 "직원 300명 중 개발팀만 100여명…'R&D에 진심'이 성장비결"[CEO&STORY]

외식업계도 e커머스처럼 '관리 도구' 필요
프랜차이즈 점주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져
업주에 정확한 피드백 제공…고객도 만족
조선팰리스 등 특급호텔까지 티오더 사용
내년 40만대까지 늘리고 QR메뉴판 출시
오프라인 외식업계 '스마트스토어'가 목표
단순 주문 서비스 제공·인건비 절감 넘어
자영업 성장 돕는 '진정한 상생기업' 될것

권성택 티오더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티오더 제품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국내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식당은 물론 조선팰리스 등 특급호텔에서도 티오더를 쓰고 있습니다. 점주들이 겪는 업장 운영의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회사의 성장 과정에 대해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티오더는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KT(030200)·SK쉴더스 등 대기업을 비롯해 비바리퍼블리카·야놀자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 기업들이 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상황에서도 차별화된 기술력과 편의성을 강점으로 확고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티오더는 태블릿 메뉴판 설치·운영이 주력 사업이다. 업장 내 테이블에 기기를 설치하고 구독료를 받는다. 약정 기간에 따라 사전에 책정된 구독료를 매달 점주들에게 받는 방식이다. 회사는 7월 말 기준 약 25만 대의 태블릿을 전국 업장에 설치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약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티오더는 지난해 매출액 약 5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성장했다.


◇오프라인 ‘스마트스토어’ 목표=권 대표는 오프라인 외식업 시장에도 온라인 커머스처럼 각종 사업 관련 수치를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티오더를 만들었다. 권 대표는 2017년까지만 해도 프랜차이즈 식당 한 곳을 운영하는 점주 중 한 명이었다.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사업 경험도 갖추고 있었지만 오프라인 사업은 처음이었던 탓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온라인 커머스와 다르게 오프라인 사업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도구’가 전무한 상황이었다”며 “외식 업장 운영을 위해 온라인보다 많은 비용을 투입하지만 정작 비용을 어떻게 집행해야 효율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티오더는 오프라인 시장의 ‘스마트스토어’를 지향한다. 스마트스토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타깃 고객을 설정하고 효율적인 광고 집행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티오더 역시 각종 수치를 데이터화해 점주들은 인기 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회사는 각종 설문 조사 등을 통해 효율적인 마케팅을 집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그동안 단순히 감으로만 파악해야 했던 업장의 문제점과 손님들이 느끼는 만족도 등도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치화해 제공하고 있다.


이는 티오더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결과다. 이 시스템은 포털 사이트의 리뷰 시스템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착안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리뷰 시스템에서는 솔직한 평가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티오더의 AI 평가 시스템에서 식당 이용자들은 비대면으로 태블릿 메뉴판에 리뷰를 남길 수 있다. 해당 정보는 점주만 확인할 수 있다. AI가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한다. 점주들은 보다 정확한 소비자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 식당 이용자들도 자신의 평가가 식당 외부에 공개된다는 부담 없이 업장에 대한 의견을 남길 수 있다.


권 대표는 “메뉴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나 친절도, 업장 평가 등을 점주 본인만 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리뷰 시스템과는 다른 점”이라며 “점주들은 고객의 리뷰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테이블오더 서비스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업장들의 매출 증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들이 직원을 부르지 않고도 티오더를 통해 손쉽게 추가 주문을 할 수 있다 보니 주문율이 대폭 향상된다는 것이다. 또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줄여줌으로써 복지 측면에서도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최근 들어서는 인건비 절감 효과뿐 아니라 활발한 추가 주문을 통한 매출 증가를 기대하며 티오더를 도입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직원들의 만족도가 향상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인력 운영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티오더 제품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R&D 투자가 성장 비결=티오더는 전체 직원 300명 중 100명 이상이 개발팀에 속해 있을 정도로 연구개발(R&D)에 ‘진심’인 회사다. 지금도 개발팀 인력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다른 군소 업체들이 5~10명 안팎의 개발팀을 운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개발 역량을 통한 성장성을 인정받아 설립 이후 약 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해당 투자금 역시 대부분 R&D에 투입하면서 기술력을 더욱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테이블오더 서비스는 기술력보다는 영업과 마케팅 효과가 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 같은 생각으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군소 업체들이 하나둘 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테이블오더 업체의 수는 1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외부에서 봤을 때 테이블오더 서비스에 대한 기술 장벽이 거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깊이 들어가면 난도가 상당히 높다”며 “단순히 주문만 받는 게 아니라 원활한 업장 운영을 돕고 점주가 해야 할 여러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티오더가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원활한 포스(POS·판매 관련 정보관리 서비스) 연결성을 들었다. 그는 “국내 30개 이상의 포스사와 연동해 손님이 주문한 메뉴가 바로 포스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포스와 연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각 업장에서는 기존 사용하던 포스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티오더를 손쉽게 도입할 수 있다.


티오더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SW)의 안정성과 편의성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티오더가 운영 중인 약 25만 대의 태블릿 메뉴판은 SW를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다. 버전 업데이트가 필요하거나 각종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권 대표는 “지속적인 R&D를 통해 기술적 장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년 40만 대 구축 목표=티오더는 테이블오더 시장이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국내외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태블릿 누적 설치 대수를 올해 30만 대, 내년 40만 대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매출액도 올해 800억 원, 내년 1500억 원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 대표는 “테이블오더 시장 규모는 티오더 창업 당시와 비교해 현재 300% 이상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시장에 많은 후발 주자가 진입하고 있는데 함께 성장하면서 테이블오더 시장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티오더는 외식 업장 외에도 다양한 활용 사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급호텔 등에서도 티오더 활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호텔의 각 객실에 티오더의 태블릿이 비치돼 룸서비스나 각종 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를 비롯해 최근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도 티오더를 도입했다.


티오더는 QR 메뉴판 서비스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출시가 예상된다. 태블릿 메뉴판이 가진 단점을 QR 메뉴판 서비스를 통해 보완하고 동시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권 대표는 “그동안 QR 메뉴판은 고객이 스마트폰을 꺼내고 QR코드를 찍는 등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서비스하지 않았다”면서도 “기존 우리의 태블릿 메뉴판 서비스를 보완하는 용도로 결합 상품 형태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티오더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예고했다. 권 대표는 테이블오더 업계의 경쟁에서 밀려난 업체들이 여럿 나올 것으로 봤다. 이 가운데 유망 기술을 갖고 있지만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곳들을 대상으로 M&A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테이블오더 시장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진입했다가 운영에 실패하면서 망하고 있는 곳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식재산권만 가져오는 방식 등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티오더는 자체 서비스 외에도 다른 테이블오더 업체를 대상으로 내부 SW를 서비스형 SW(SaaS)화해 제공하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출시한 경우 외형은 A기업의 태블릿 메뉴판이지만 내부 시스템에는 티오더의 SW가 탑재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티오더는 현재 여러 대기업과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사, 밴(VAN·부가가치통신사업자) 기업 등에 자체 브랜드로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재판매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권 대표는 “티오더는 단순히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영업자와 파트너의 상생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며 “점주와 고객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할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