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는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되자 러시아뿐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두마(하원) 의장은 두로프의 체포에 대해 미국 배후설을 거론하며 서방을 비판했다. 그는 “텔레그램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인터넷 플랫폼 중 최대 규모”라며 “미국이 프랑스를 통해 텔레그램 통제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두로프 체포를 통해 텔레그램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로프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프랑스가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를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두로프 CEO의 체포와 관련해 “수사의 일환일 뿐 정치적인 목적은 없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이다.
보안 문제로 텔레그램 활용도가 높은 가상자산 업계도 두로프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텔레그램이 없는 거래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텔레그램과 연동된 코인 등 가상자산만 15개에 이른다”고 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운영하는 파올로 아르도이노 최고경영자(CEO)는 “텔레그램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했던 두로프가 체포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메시지와 함께 두로프의 석방을 촉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계자들도 두로프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30년 유럽에서는 어떠한 밈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두로프의 체포 이후 곤두박질쳤다.
앞서 24일 두로프는 프랑스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아동 포르노,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가 확산하는 것을 방치한 점 등 총 12개 혐의를 받는다.
프랑스 검찰은 두로프에게 수사기관의 정보 제공 요청을 거부한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로프가 ‘수사 협조 거부’라는 적극적인 범죄행위를 주도한 정범으로 간주하고 이를 통해 두로프의 유죄 확정을 이끌어내면 텔레그램도 기존 방침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8일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프랑스 수사당국은 텔레그램을 공동 창업한 형 니콜라이 두로프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니콜라이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