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내달 3일 통일부 주최로 열리는 국제학술포럼에 불참을 결정했다. 포럼이 성평등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주한영국대사관은 28일 “다음 주에 개최될 국제한반도포럼에 크룩스 대사의 참여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주한영국대사관은 성평등의 가치를 지지한다”며 “참여자들이 다채로운 견해들을 공유할 때 행사가 더욱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사관 측은 크룩스 대사가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평소 성평등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온 그가 이번 포럼 연사 구성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제한반도포럼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올해 포럼의 기조연설자·좌장·패널은 천자현 연세대학교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 남성으로 구성됐다. 크룩스 대사가 불참을 결정했을 당시에는 천 교수의 참석도 확정되지 않아 전원 남성이었다고 전해졌다.
통일부는 크룩스 대사의 불참에 대해 “영국 측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성별·국적 등에 상관없이 두루 후보군을 선정해 접촉했으나 여러 사유로 인해 여성 전문가들이 참석 불가를 통보해 불가피하게 이번 포럼은 다수의 남성 연사로 구성됐다”고 해명했다. 11월에 개최될 국제한반도포럼 국외 세미나에서는 남녀 전문가 비율을 동등하게 맞추겠다고도 했다.
국제한반도포럼은 통일부가 전문가 참여를 받아 지난 2010년부터 매년 마련해온 학술 행사다. 통일부는 이번 포럼에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 이외에도 북한 문제와 통일 담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일부 주한 외교단에도 참석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