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혜주로 엔비디아와 함께 폭등했던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증권보고서 제출을 미루며 20%가량 폭락했다. 공매도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의 ‘회계조작’ 주장에 이어 연말 보고서 제출까지 연기되며 슈퍼마이크로에 대한 시장 신뢰가 무너진 탓이다.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호실적에도 시외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슈퍼마이크로까지 무너지며 AI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슈퍼마이크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야 하는 2024년 회계연도 회계보고서 제출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슈퍼마이크로 회계연도는 7월에 시작돼 6월에 끝난다. 회사측은 “경영진이 재무 보고에 대한 내부통제 설계 및 운영 효과에 대한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19.02% 내렸고 시간외거래에서도 7% 하락했다.
니콜라·아다니그룹 공매도로 유명한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는 전날 “슈퍼마이크로에서 확연한 회계상의 경고신호, 관계 당사자의 미공개 거래 증거, 제재 및 수출통제 실패, 소비자 이슈 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힌덴버그는 SEC가 슈퍼마이크로의 광범위한 회계 위반사항을 적발해 2020년 8월 1750만 달러(약 232억 원)의 벌금을 냈지만 이후 사업 관행이 개선되지 않았고, 문제가 됐던 고위 임원도 재입사했다고 지적하면서 “슈퍼마이크로는 선도 기업으로서 수혜를 봤지만 여전히 상당한 회계·거버넌스·준법 이슈에 직면해 있는 ‘상습범’”이라며 “저급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더 믿을만한 경쟁업체들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슈퍼마이크로는 “소문과 추측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고 대응했으나 보고서 제출 연기를 결정하며 회계조작설이 사실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서버 제조업체인 슈퍼마이크로는 엔비디아 AI 칩셋의 중간 공급업체로 주목 받으며 연초 주당 285.45달러에서 3월 1188.07달러로 폭등했다. 그러나 이후 성장성과 회계 부정 우려 등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시장은 슈퍼마이크로의 회계부정이 사실일 경우 AI가 주도하던 증시의 ‘펀더멘털’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토마스 헤이스 그레이트 힐 캐피탈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혐의에 비추어 볼 때 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것은 위험 신호”라며 “지금으로선 투자자들이 연기가 나면 불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