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의 일원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불타고 있는 유조선 수니온호에 대한 예인을 허용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가 28일(현지시간) "여러 나라가 안사룰라(후티)에 사건 지역에 예인선과 구조선을 진입시키기 위한 임시 휴전을 요청했다"며 "인도적, 환경적 우려를 고려해 안사룰라가 이 요청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후티 반군 대변인인 무함마드 압둘살람은 일시적 휴전은 없으며, 여러 국제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예인만 허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그리스 선적인 수니온호는 이라크에서 그리스로 가던 중 예멘 항구도시 호데이다 인근 해상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 수니온호는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선적하고 있어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근 해안을 황폐화할 수 있다고 유엔은 경고했다.
후티 반군이 선박 접근을 차단하면서 정확한 손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는 선박에서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지난 27일 "수니온호는 현재 불이 붙고 기름이 누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항해상의 위험과 잠재적인 환경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유조선주오염연맹(ITOPF)은 수니온호에서 기름이 유출될 경우 1989년 알래스카 엑손발데스호 사고 때보다 4배 더 많은 기름이 유출돼 역대 5번째로 큰 규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가로지르는 선박 통행은 지난해 11월 후티 반군의 공격 이후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상태다. 시간과 비용적인 문제로 기존 경로로 항해 중인 선박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항의하는 후티 반군으로부터 드론이나 실탄 공격을 받고 있다. 선박추적데이터에 따르면 하루 최소 110척의 선박이 홍해를 향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