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작년보다 내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점은 이례적이다. 다만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추석 차례상 비용이 오히려 올랐다는 상반된 통계도 나와 있는 상황이다. 과일값이 안정된 가운데 올해 채소류 가격이 높은 선에서 형성되면서다.
전통시장·대형마트서 2%대 하락해
29일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전통시장 기준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2.1% 내린 30만2500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대형마트에선 39만4160원으로 2.3% 하락했다. 이는 추석을 3주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을 조사한 결과다.
이 기관에 따르면 과일과 축산물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채소 값은 올랐다. 과일이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고, 채소류가 물가 방어에 주효했던 작년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한국물가정보 측은 “아직 추석 연휴까지는 3주라는 시간이 있어 폭염의 지속 여부와 태풍 등 변수가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올해 농산물 작황이 좋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축·수산 품목도 가격 약보합세
과일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데는 올 여름 양호한 기상 조건이 영향을 미쳤다. 연일 폭염이 이어졌지만 일조량이 증가하면서 올해는 출하 시점이 길게는 2주 가량 앞당겨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탄저병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태풍이나 장마 피해가 덜했던 반면 맑은 날이 많아 과일이 빨리 익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와 관련 기관에선 올해 농업 현장에서의 방제 작업 역시 작년보다 적절했던 덕에 병해충 발생이 줄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금(金)과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과 가격도 물량이 풀리면서 차츰 하락할 전망이다. 최근 몇년 새 선물용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샤인머스캣과 단감까지 출하량이 늘고 있다.
축산물은 전년 대비 약보합세다. 더운 날씨 탓에 기존의 성수기였던 여름 휴가철과 ‘복 시즌’에도 수요 증가가 약했기 때문이다. 다만 차례상에서 쓰이는 1.5㎏ 내외 제수용 닭은 폭염으로 인한 폐사의 영향으로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올해 태풍 피해를 빗겨간 벼는 전년 대비 수확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산물류도 생육 환경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특히 다시마 가격이 내렸다.
차례상 비용 올랐다는 상반된 통계도 등장
채소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추석 날짜가 작년보다 12일 빠른 여름 직후로 잡히면서다. 이른 추석을 전후로는 통상 폭염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작물이 시중에 풀려 있어 차례상 가격 형성에 불리하다고 평가받는다.
올해 채소류는 뿌리나 잎이 쉽게 녹아내리거나 썩는 등 생육이 부진한 가운데 무더운 날씨에 작업량마저 줄어 공급량이 감소했다. 배추는 알이 차올라야 하는 시기에 장마와 무더위가 반복되며 속이 썩어 높은 품질의 상품이 귀해졌다. 무 역시 고온다습한 환경에 속이 물러 상품성이 낮아졌다.
이런 점 때문에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는 지난 22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28개 품목별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이 28만7100원으로 지난해 보다 9.1%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햇상품 출하후 가격 안정되면 구매 현명
정부는 추석 차례상 부담을 덜기 위해 주요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농·축·수산물 할인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아직 폭염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으니 더위가 한풀 꺾이고 햇상품이 본격적으로 출하된 후 가격대가 안정되고 나서 구매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