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력 태풍에 ‘출마발표’도 줄줄이 연기…후보들 일정 밀당

자민당 총재 선거 주요 후보들 일정 미뤄
‘선호 1위’ 고이즈미, 30일→내달 9일로
“정권 위기관리로 분주한 때 회견 적절X”
하야시·다카이치 등도 예정 일정 조정에
‘고이즈미에 묻힐라’ 일정 두고 진영 눈치싸움

고이즈미 신지로 전 일본 환경상/EPA연합뉴스

일본 열도가 강한 위력을 지닌 제10호 태풍 ‘산산’의 영향권에 들어간 가운데 다음 달 27일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려던 주요 인사들의 입후보 표명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당초 오는 30일 예정됐던 선거 출마 발표를 다음 달 6일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강력한 태풍이 열도에 근접하며 전날 가고시마현에 폭풍·파랑 특별 경보가 내려지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자 일정을 변경했다. 특별경보는 중대한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현저하게 커질 때 주민들에게 최대한의 경계를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통상 수십 년에 한 차례 정도 발생하는 강한 태풍에 의한 폭풍 등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29~30일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규슈에 상륙한 뒤 일본 열도를 종단하듯 동북 방향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당초 자신이 초선으로 당선된 2009년 중의원 선거 투·개표일에 맞춰 30일 입후보 표명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일본 열도를 종단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지 의원들로부터 연기 제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권이 위기관리로 분주한 때 출마 회견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주 중 출마 회견을 모색하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일정을 미루고, 이르면 다음 달 3일 총재 도전을 공식 발표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 특히 정부의 요직인 현직 관방장관으로서 태풍 위기관리 대응에 우선 임하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도 주내 예정했던 회견 일정을 다음 달 9일로 연기하는 방향을 조정 중이다. 이미 지역구인 돗토리현에서 입후보를 정식 표명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공약을 설명하는 회견을 도쿄에서 열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태풍이 오고 여러 자연재해가 있을 땐 어떤 시점이 (회견에) 적절할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후보는 태풍 외에도 존재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시점을 두고 눈치싸움을 펼치는 모양새다. 입후보 의사와 함께 주요 정책을 일찍 표명할 경우, 타 후보 대비 노출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유력 후보와 시점이 겹칠 경우 존재감이 밀릴 수 있다. 여러 후보가 그간 ‘고이즈미 본격 등판’에 주목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최근 주요 언론의 차기 총재 선호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과 함께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자민당 지지층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 진영의 관계자는 현 상황을 “일정 싸움”이라고 표현하며 “너무 기다리면 늦어버리지만, 그래도 고이즈미와 같은 날은 아니다. (겹치면) 묻혀버린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재’로 인기가 있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출마 표명 타이밍이 정해짐에 따라 다른 후보들의 일정 조정을 둘러싼 밀당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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