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담당했던 이정섭(사법연수원 32기) 대전고검 검사가 파면을 면했다. 야당의 검사 탄핵에 대해 헌재가 연이어 기각 판단을 내린 데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준비 중인 검사 ‘릴레이 탄핵’에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표결로 탄핵 소추를 시도했지만, 결국 ‘2전 2패’해 “무리한 추진”이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처남 마약 사건 수사 무마, 타인 전과기록 무단 열람, 스키장·골프장 부당 이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 검사의 의혹 가운데 상당 부분에 대해 소추 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직무 집행과 무관해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부분도 기각 사유로 제시했다. 증인신문 전에 증인을 사전 면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법령 등을 따져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8개월여 만이다. 헌재는 지난 5월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32기)에 이어 두 번째로 검사 탄핵 소추에 대해 기각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검찰청법 37조를 근거로 ‘검사가 탄핵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 검사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가 탄핵소추에 대한 별도 조사나 감찰 결과 없이 탄핵 소추안을 의결했다고 해서 헌법·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회의 추진 과정의 문제나 법률적으로 검사 탄핵 심판 청구가 불가능해 각하해야 한다는 이 검사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반면 헌재는 소추 사유 가운데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리조트 이용 관련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처남 마약 사건 수사 무마 의혹등에 대해서는 “행위의 일시·대상·상대방 등 구체적 양상, 직무집행과의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기 못한 소추 사유들에 대해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국회가 든 탄핵 사유 대부분이 사실 관계가 명확치 않는 등 특정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해 리조트에서 사적 모임을 가지고, 위장 전입을 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직무집행과 관계가 없는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검사가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뇌물죄 형사 재판에서 증인신문 전 증인 최모씨를 면담한 게 국가공무원법·검찰청법을 위반했다는 국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단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다. 사건 기록 만으로 사전 면담이 위법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행위가 구 검찰청법 제4조의 2항·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게 헌재가 내린 결론이다. 당시 대법원은 최씨가 검사와 사전면담한 것을 지적하며 신빙성을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증인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 사전면담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이 검사가 증인을 회유했다고 인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이 검사가 한 사전면담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헌법상 공익실현 의무를 위반한 게 맞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위반이 이 검사를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법률을 위반했다고 여겨지지만 이 검사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