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에서 건설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최근 대형 프로젝트를 마쳤지만 발주처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정산지연에 직원 급여 뿐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정산에도 문제가 생기며 운영상 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긴급자금 지원이 가능한 곳을 찾아봤지만 당장 은행 추가 대출도 어려웠다. 막막한 상황에 A 대표는 적금으로 생각하고 가입해뒀던 ‘중소기업공제기금’을 떠올렸고 공제기금에 문을 두드렸다. A 대표는 “공제기금을 통해 단기운영자금 대출을 받아 회사를 정상 궤도로 올려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중소기업공제기금이 중소기업의 마지막 안전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까다로운 규제 없이 후순위 담보대출로도 중소·소상공인들이 신속하게 단기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속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제기금이 기업에 자금난을 해소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7월 말 기준) 총 4417개사가 공제기금을 통해 지난해 동기 대비 367억 원 증가한 4568억 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2021년 4795억 원이었던 대출 금액은 2022년 5698억 원, 지난해에는 647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대출 금액 역시 지난해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엔데믹 이후 시중 금리 인상과 대출한도 축소 상황에서 공제기금은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에 또 다른 대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 공제기금은 중소기업이 납입한 부금과 정부 출연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통해 가입자 도산방지 및 경영안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1만7000개 업체가 공제기금을 이용하고 있고 1984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12조 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공제기금 대출은 △단기운영자금대출 △어음·수표대출 △부도매출채권대출로 나뉜다. 각 대출의 한도는 납부한 부금잔액 기준으로 산출 되며, 담보 제공 시에는 대출한도가 대폭 확대된다. 특히 단기운영자금 대출의 경우 기본 부금잔액의 최대 3배 이내지만 노란우산에 3년 이상 가입한 고객은 부금의 10배 이내, 최대 2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노란우산연계대출’을 활용할 수 있어 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 대비 유리한 금리도 장점으로 꼽힌다. 단기운영자금대출과 어음·수표대출의 경우 최소 연이율 4.25%부터, 담보대출 시에는 부금의 10배 이내까지 후순위 담보로 연이율 4.8%을 적용 받는다. 최근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5% 중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금리우대 가입이벤트(이달 말 까지)를 진행하는 등 부금 적립 혜택을 극대화 하는 방안과 함께 공제기금 대출 간소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호 중기중앙회 공제운용본부장은 “중소기업의 경영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공제기금 대출을 보다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부분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공제기금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