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에 해고제도가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해고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 노정 갈등을 최악으로 만든 노사 간 가장 첨예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대통령실 청사에서 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노동개혁에 대한 기자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며 “외국에서는 유연성을 해고 유연성으로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 정부에서 해고 문제는 좀 더 깊게 생각해야 할 문제지만, 근로시간 형태와 임금은 유연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고제도를 전면에 꺼낸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 박근혜 정부다. 결과는 극과 극이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 위기 극복을 위해 정리해고제를 도입했다. 당시 위기 극복이 우선이라는 공감대 속에 1998년 2월 6일 사회적 합의도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도 2015년 9월 15일 일반해고 내용이 담긴 사회적 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계에서 ‘쉬운 해고’라고 비판한 저성과자 일반해고 기준을 담은 공정인사 지침을 강행하다가 이듬해 1월19일 합의가 파기됐고 노정 갈등이 격화됐다.
현 정부도 노동개혁 우선 과제로 초기부터 근로시간과 임금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노사법치주의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가 과제로 추가됐다. 하지만 작년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백지화됐고, 임금제도 개편은 민간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공공부문 중심으로 직무·성과급제 도입과 기업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수준으로) 바뀐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이 서로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노동도 글로벌 스탠더드(세계적 기준)를 찾아야 한다, 노동자는 노동시간과 근로형태에 대한 선택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와 경사노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해고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며 “노사는 경사노위 안에서 정부를 믿고 적극적으로 대화해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