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뒤늦게 나타난 본처와 본처 자녀들이 재산을 달라고 요구해 억울하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사연을 보낸 A씨는 40여 년 전 한 남자를 만나 교제하다가 아이를 임신했다. 아들을 낳은 후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그제서야 A씨는 상대에게 법률상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아이도 셋이나 있었다.
화가 나면서도 두려웠던 A씨는 상대의 아내 B씨를 찾아가 "내가 속았다"고 밝히며 "내 아들만 키워준다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딱 잘라 거절했고, A씨는 미혼모로서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됐다.
몇 달 뒤 아이의 아빠는 다시 A씨 앞에 나타나 A씨와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내 B씨를 상대로 이혼 청구를 했지만 기각됐다고 한다.
혼자 아기를 키우며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A씨는 이러면 안 된 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 아빠와 살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A씨와 남편은 가게를 열었고, 남편의 아내가 된 A씨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족 경조사도 전부 챙겼다.
두 사람은 함께 열심히 일해 남편 명의로 아파트, 토지, 건물을 샀고 그렇게 40여 년이 흘렀다. 남편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모두 다 A씨 덕분이라며 A씨와 아들에게 재산을 절반씩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줬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A씨와 아들은 유언에 따라 남편 명의의 부동산에 대한 명의이전을 마쳤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갑자기 나타난 본처와 본처 자녀들이 "남편 재산을 가로챘다"며 "유언장을 보여달라"고 행패를 부린 것이다.
A씨는 자신과 남편이 함께 쌓아온 재산을 두고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아 이를 거절했고, 본처는 "유언장을 은닉했으니 상속결격"이라며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모두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A씨가 남편과 장기간 부정행위를 했다며 거액의 위자료를 내야 한다고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A씨의 사연에 대해 송미정 변호사는 "A씨와 남편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적 관계가 없으므로 상속인 결격사유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이미 유언장을 등기원인으로 해서 상속등기를 마친 상황이라 등기부를 떼어보면 유언의 내용을 알 수 있으므로 유언장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상속결격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본처와 자녀들은 상속인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본처가 A씨에게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난 상태라면 제삼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고, 더구나 A씨의 경우 시효가 만료돼 책임을 묻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