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번방 이어 또…'딥페이크 비상사태' 직면했다" 외신들도 주목

BBC·WSJ·가디언 등 '한국 딥페이크 성범죄' 주목
성범죄 급증 배경으로는 '성별 격차' 꼽아

BBC 홈페이지

국내에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음란 영상물 제작·유포 범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외신도 "한국이 딥페이크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며 주목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최근 한국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해 성적으로 노골적인 딥페이크 이미지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채팅 그룹이 다수 발견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 성범죄를 철저히 조사하고 해결해 근절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한국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지난 2019년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 내 온라인 딥페이크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BBC는 "올 상반기 경찰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는 297건으로 작년 전체(180건), 2021년(160건)을 크게 웃돈다"고 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이들 범죄의 3분의 2 이상을 10대 청소년이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몰카나 딥페이크 성범죄가 급증하는 배경으로는 ‘성별 격차’를 들었다. BBC는 "한국 상장 기업의 임원직 중 여성은 5.8%에 불과하며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3분의 1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어 세계 부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하다"고 짚었다. 이어 "급성장하는 기술 산업에 만연한 성희롱 문화가 더해져 디지털 성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날 “’몰카’를 근절하기 위한 오랜 노력 끝에 한국은 이제 딥페이크 이미지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297건의 딥페이크 범죄가 신고됐다”라며 “문제는 공식적인 수치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 또한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을 언급하며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수사는 온라인 성 협박 조직을 운영하는 데 사용됐던 텔레그램의 한국 내 평판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가짜 음란물이 초래한 위기가 한국을 강타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수십만명의 익명의 텔레그램 사용자들은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조작된 한국 여성들의 사진을 (당사자의) 허락 없이 보냈다”면서 “페이크 음란물을 유포하는 채팅창이 한국어로 이뤄졌기에, 해당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2023년 글로벌 보안 회사인 시큐리티 히어로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에 게시된 딥페이크 음란물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한국 가수와 여배우가 약 절반을 차지했다. 해당 업체는 100개의 웹사이트에서 유포된 10만 개의 영상을 분석했다. 이와 관련 WSJ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딥페이크 음란물 절반 가량의 출처가 한국이라는 점은 (한국이) 직면한 문제의 규모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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