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신와르 추적에 총력…땅굴·여장 등 소문만 무성

하마스의 실질적인 1인자로 전쟁 진두지휘
가자전쟁 촉발 공격 설계 및 주도한 인물
전자기기 없이 인편으로만 메시지 전달
휴전 조건으로 신와르 생명 보장 요구도

지난 8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이자 미국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의 선거운동 행사에서 친 팔레스타인 시위자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아히야 신와르 추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와르는 가자전쟁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하마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로 이스라엘의 제거 대상 1순위로 꼽혀왔다. 가자전쟁 휴전 협상 역시 신와르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은 첩보를 바탕으로 신와르를 추적하고 있지만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최종 목표로 하는 이스라엘은 신와르를 제거하기 전까지 전쟁 승리를 선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이스라엘은 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전쟁이 발발한 10월 7일 공격의 배후로 신와르를 지목하면서 계속해서 그를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와르는 지난 7월 31일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후 공식 지도자에 올랐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2017년부터 그가 실질적인 하마스 지도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정보기관에서 신와르는 '유령'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하마스 대원들 앞에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추종 세력들에 대한 공식 메시지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1년 가까이 그에 대한 단서를 거의 찾지 못하고 있고, 그가 하마스를 어떻게 이끄는 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신와르를 쫓는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내 정보기관인 ‘신 베트’ 내에 특수부대를 설치해 신와르를 추적하고 있고, 미국 첩보기관 역시 통신을 감청하는 등 이스라엘이 하마스 고위 지도부를 추적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신와르는 오랜 기간 통신기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은신해오고 있다. 그는 인편을 통해 하마스 조직을 통솔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의 군사작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스라엘 정보당국과 군 관계자들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 신와르가 지하터널에 숨어 지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지난 1월 첩보를 바탕으로 신와르 은신처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칸 유니스 내 한 장소를 급습했지만 신와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당시 지하터널에는 100만 달러에 달하는 이스라엘 화폐 셰켈이 남겨져 있었고, 현장에서는 신와르와 그의 가족들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영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신와르는 칸 유니스로 은신처를 옮겼고, 다시 라파로 이동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당시만해도 신와르가 휴전전화나 위성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그의 통화를 감청할 수 있었지만 이후 공습으로 통신망이 두절되면서 그의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암살과 공습으로 측근들이 살해되자 신와르의 더욱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일각에선 신와르가 여장을 하는 등 난민들 틈에 섞여 철저히 신분을 숨긴 채 은신처를 옮겨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지난 25일 이스라엘군의 발언을 인용해 "약 1일 전에도 가자지구의 그의 지하 사령부를 급습했지만 수 분 차이로 놓쳤다"며 "커피는 여전히 뜨거웠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가 이후 여장을 하고 난민들 사이로 숨었다"고 설명했다.


가자전쟁 휴전 협상 역시 신와르의 의지에 달려 있다. 휴전 협상에 참여 중인 외교관들은 하마스 대표단이 회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와르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최근 신와르에 대한 추적이 강화되면서 미국,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신와르와 대리인들을 통한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NYT는 신와르는 존경 받는 하마스 지도자로 휴전 협상이 실행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분석과 함께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다른 테러집단 지도자들보다 신와르의 상황은 더 복잡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을 더욱 좌절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신와르의 신병 확보는 이스라엘이 가자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필수 조건이다. 만일 이스라엘이 신와르를 체포하거나 제거할 경우 가자전쟁은 극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와르를 제거할 경우 그의 후계자들이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에 따르면 신와르가 가자지구 휴전의 조건으로 자신의 생명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휴전 합의 뒤 이스라엘이 신와르를 암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와이넷은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