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효고현의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를 둘러싼 권력 남용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사가 증정품을 독차지하고 공용차 규정까지 위반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요미우리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효고현 의회가 실시한 직원 대상 앙케이트(응답자 4568명) 중간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에는 사이토 지사가 지역 방문 시 받은 증정품을 직원 몫까지 챙겼다는 증언이 다수 포함됐다.
한 직원은 "출장 당시 간단한 선물로 준비한 게를 수행직원이 거절했음에도 사이토 지사는 다른 직원의 몫까지 갖고 돌아갔다"고 증언했다. 또 "양식 업자에게서 받은 굴을 전부 자택으로 보냈다. 스포츠 브랜드 회사의 신발을 요구했다"는 등의 증언도 있었다.
이와 함께 23일 열린 현의회 조사위원회에서는 지사의 공용차 사용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작년 11월 28일, 사이토 지사가 현립 고고학 박물관 방문 시 차량 진입 금지 구역에서 내린 후 직원들을 꾸짖은 사건에 대한 증언이 나온 것이다.
증언에 따르면 지사는 진입 금지 표지판을 확인한 후 마중 나온 직원들에게 "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느냐"며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더욱이 회의 후 지사를 태우러 온 공용차가 박물관의 허가 없이 진입 금지 구역을 통과해 현관 앞까지 들어왔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사이토 지사는 "원활한 동선 확보를 위한 필요한 업무상 지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물관 측은 해당 구간이 긴급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는 운영 규칙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일본 관료사회에 만연한 '손타쿠(忖度)'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사이토 지사의 비위 의혹은 지난 3월 효고현 A국장의 폭로로 본격화됐다. A국장은 지사의 갑질, 물품 수수, 선거 운동 개입 등 7가지 비위행위를 고발했다. 하지만 효고현은 "핵심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A국장을 징계했다. A국장은 특별조사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