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협상 좌우할 필라델피 회랑에 '군 주둔' 승인

내각 8명 찬성에도 갈란트 국방장관 반대표
"협상 결렬 시 상황 악화할 위험 우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철수시킨 후 피란민들이 마을로 돌아와 건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자국군 주둔을 승인했다.


30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스라엘 안보내각 회의에서 베내민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유지하자고 제안했고, 각료 8명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공격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가 이 회랑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군 주둔 방안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미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이 충분히 강경하지 않다'며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병력 유지 시 하마스와 휴전 회담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갈란트 장관은 안보내각에 "협상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다면전으로 상황이 악화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관련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공유하기도 했다. 갈란트 장관은 휴전이 이뤄져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갈등이 진정될 수 있고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폭사한 데 대한 이란의 보복 계획도 보류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주둔은 가자전쟁 휴전 협상의 최대 쟁점이다. 하마스는 휴전시 이스라엘이 즉각 철군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곳을 통해 하마스가 무기와 물자를 밀수한다며 군을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를 따라 지중해 바닷가부터 이스라엘 측 케렘샬롬 검문소까지 이어지는 약 14㎞ 길이의 완충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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