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부, ASML 中 내 장비 보수유지 제한"

서비스 및 부품 제공 라이선스 갱신 불허 계획
"中 일부 장비 이르면 내년부터 가동 불가능"

사진=EPA연합뉴스

미국으로부터 대중(對中) 첨단 기술 통제 동참 압박을 받는 네덜란드가 자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의 중국 내 사업에 추가 제재를 가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네덜란드 정부가 ASML에 대해 중국 내 특정 서비스와 예비 부품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라이선스를 갱신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라이선스는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다. ASML이 제품 수출 시 체결하는 유지보수 계약은 장비 가동을 유지해야 하는 고객사들에게 필수적이다. 블룸버그는 “라이선스가 철회되면 (중국 내) 일부 장비는 이르면 내년부터 가동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SML의 첨단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장비 역시 라이선스의 영향을 받는 대상에 포함된다. 중국은 ASML의 DUV 리소그래피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ASML의 7나노(nm)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의 대중 수출은 이미 금지됐다. DUV 장비 공급에 대한 통제마저 강화될 경우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대만 TSMC와 비교해 2세대 뒤처진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대중 첨단 기술 제재를 강화하라는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네덜란드를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중 수출 통제 수준을 미국과 동일하게 높이지 않을 경우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는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FDPR는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을 조금이라도 사용했으면 수출 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앞서 마르크 뤼터 전 총리가 이끌었던 네덜란드 정부는 수출 제재가 자국 첨단 반도체 장비 산업에 미칠 영향을 평가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압력에 저항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취임한 딕 스호프 신임 네덜란드 총리는 미중 갈등 관계 속에서 한층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한편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요구대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경우 ASML의 실적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ASML의 글로벌 매출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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