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상대 여성 이용자가 ‘벌레들 하이’라고 하자 저속한 성적 표현을 대화창에 입력한 20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성과 관련된 욕설 등을 했다고 해서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5시께 원주시 한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게임 유저 B씨가 대화창에 ‘벌레들 하이’라고 쓴 것을 봤다. 이에 A씨는 비정상적인 유사 강간 행위를 연상케 하는 성적 표현을 대화창에 입력했다가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B씨가 기분 나쁜 인사 메시지를 보내 분노의 감정으로 보낸 것이다.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여성이란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상태에서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포함돼 잇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욕설이나 비속어에는 성과 관련된 표현이 적지 않고, 성과 관련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특히 당시 게임에서 우연하게 상대 팀으로 남나 서로의 성별·나이를 몰랐고, 피해자에게 화가 나 모욕감, 분노 등을 유발해 통쾌감과 만족감 등을 느끼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성적 수치심이 아닌 모욕감을 주기 위한 분노의 표출이었다는 것이다.
심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지만, 채팅 내용에 문제가 있고, 그 수준이 형사처벌에 근접한다”며 “앞으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 무시하고 욕설하지 말길 바란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