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쓸 거면 그냥 퇴사한다고 해야지" 회사 대표, 직원 뒷담화했다

직장갑질119·장철민 의원 고용부 자료 분석
상반기 임신·출산·육아 관련 고용법 위반 접수 278건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방문객들이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직장인 A씨는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자신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말하자 대표가 직원들에게 A씨에 대해 뒷담화하고 다닌 것이다. 대표는 "임신 계획이 있는데 숨기고 들어온 거 아니냐", "그냥 실업급여 타게 해달라고 하고 퇴사한다고 해야 했다", "이래서 회사가 여자를 안 뽑는 거다", "육아휴직 못 쓰고 하면 벌금 내는 거로 아는데 그거 얼마나 안 되니 그냥 내면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2021년 회사에 입사하고 2년 뒤 8개월 육아휴직을 신청한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이후부터 사용자(사장)는 계속 전 직원 앞에서 B씨를 타박하거나 업무 꼬투리를 잡았다. 괴롭힘당하는 B씨를 보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육아휴직 못 쓰겠다는 말까지 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돌아왔는데 사용자는 기존과 현저히 차이나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했고 동의하지 않으면 퇴사하라고 강요했다.


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으로 신고된 건수는 총 278건이다.


이 중 '육아휴직' 관련 고용평등법 19조 위반했다는 신고가 1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로기준법 23조 2항 '해고금지' 관련 위반 신고 사례가 83건으로 뒤를 이었다. '출산휴가' 관련 근로기준법 74조 위반 신고와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관련 고용평등법 19조의2, 3 위반 신고는 각각 38건과 11건이었다.


접수된 신고 가운데 법 위반으로 인정받은 건 25건(8.9%)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기소 또는 과태료 부과 등 실질적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8건(2.8%·기소 7건·과태료 1건)뿐이었다. 나머지 17건은 각 사업장에 시정을 지시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일터에서 모부성 권리 보호 제도를 사용하는 직장인들을 문제시 하고, 민폐 취급하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세옥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용자는 대체로 노동자 모부성 제도 사용을 대놓고 문제삼으며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다"며 "노동자에게 그와 같은 처분을 받을 만한 귀책 사유가 있다고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입증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에게 요구해야 한다"며 "모부성 보호제도 위반 신고가 반복되는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철민 의원은 "제도 위반 사업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모부성 보호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모부성 보호제도 위반에 정부가 분명한 경고를 해야 현장에 제도가 안착할 수 있고 일·가정 양립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