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신보 이사장 "중견·지역업체에도 사다리…성장기업의 '자금 플랫폼' 될것"

[서경이 만난 사람-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대담=김민형 금융부장
성장단계별 한곳당 최대 500억 보증…중견기업 '피터팬증후군' 예방
인구감소지역 주력산업·우수기업 지원으로 지방소멸 해소에도 앞장
'신보형 협업' 통해 각종 기관 지원사업 연계…종합 솔루션 역할할 것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취임 후 2년간 중소기업의 다양한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확장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최근에는 중견·지역기업 등으로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 지원 기관을 넘어 모든 기업의 ‘원스톱 자금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것이 목표죠. 특히 중견기업은 수출·고용 측면에서 경제 기여도가 높지만 ‘피터팬 증후군’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확실한 ‘성장 사다리’를 놓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지역기업 지원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정부의 ‘지방소멸’ 방지 정책에 적극 부응해야 할 사명입니다. 정부·민간금융·신보가 손잡고 함께 지역기업을 지원해 지방을 살리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겠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취임 2주년을 맞은 최원목(64·사진) 이사장을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만났다. 임기의 3분의 2가 지났음에도 그가 강조한 것은 ‘안정적인 마무리’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올 여름휴가 때도 사비를 들여 일본 도요타 본사의 혁신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왔다고 한다. 최 이사장은 도요타의 혁신 전략을 신보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경제의 성장이 절실한 시기인 만큼 신보도 기존 역할에 머물지 말고 수요자 중심의 지원 정책을 발굴해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획재정부에 몸담았던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서 대통령실에서 국가 경제 정책까지 기획·실행했던 경험이 그의 시선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이끄는 듯 보였다.


신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기업인들과의 현장 간담회 때 ‘중소기업 중심의 자금 지원 제도만으로는 성장 유인이 부족해 피터팬 증후군을 겪는다’는 호소를 들었다. 그는 1년여간 혁신 중견기업 선별 지원 정책을 준비해 정부를 설득했다. 그 결과 올 2월 기재부·금융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 4개 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성장 단계별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방안’에 신보가 마련한 제도를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 5대 시중은행이 1000억 원을 특별출연하고 신보는 이를 재원으로 총 2조 원 규모의 보증을 운용하게 된 것이다. 성장 단계에 따라 기업당 최대 500억 원까지 보증이 가능하다. 최 이사장은 “올 5월부터 7월 말까지 35개 기업에 총 3850억 원의 신규 보증을 공급했다”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에 작은 계단을 만들어 기업 성장을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정보와 평가 경험이 그 어느 곳보다 풍부한 신보가 기업 신용도를 분석해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에 금융권으로부터도 환영을 받고 있다. 최 이사장은 “좋은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발굴·연결시켜주니 은행들이 앞다퉈 더 많은 보증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한다”며 “투자 자금이 부족해 해외시장 진출을 못 하던 기업인들 역시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신보는 대기업과 해외에 동반 진출해야 하지만 대규모 자금 조달과 고금리로 부담을 느끼는 중견 협력 기업을 위한 모델도 만들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 수출 주요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신보는 금융위·현대차그룹·시중은행 등과 협의해 지난해 9월 ‘해외 동반 진출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의 특별출연금 150억 원을 재원으로 총 3000억 원을 지원하고 업체당 한도를 기존 7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최 이사장은 “올해 6월까지 현대차그룹 1차 협력 업체 7곳에 미국·베트남의 현지 공장 설립 등에 필요한 자금 1579억 원을 지원했다”며 “대기업·정책금융기관·금융권이 협업해 해외 진출 기업을 지원한 최초 사례로, 다른 대기업과 협약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탓에 최근 투자가 다소 주춤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물론 반도체 관련 업계도 현대차 사례에 관심이 크다”고 귀띔했다.


최 이사장이 최근 시작한 또 다른 사업은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의 기업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신보는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NH농협은행과 인구감소지역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농협은행이 총 100억 원을 출연하고 신보는 이를 재원으로 인구감소지역 기업에 3700억 원 규모의 특례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지원 대상은 인구감소지역(89개)과 관심지역(18개)에 있는 지역 주력 산업 기업, 농식품 분야 우수 기업, 고용 창출 기업, 기업가형 소상공인 등이다. 선정 기업은 부족한 신용을 신보의 보증서로 충당하고 농협은행은 기업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동일 금리를 제공한다. 중소기업은 최대 30억 원,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최대 5억 원까지 대출·보증이 가능하다. 최 이사장은 “정책금융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지역소멸 현상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며 “소멸위기지역 기업 지원 확대는 물론 대전·충청 지역의 신보 역할을 강화해 자금 공급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48돌을 맞은 신보는 대기업 위주로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1970년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중소기업의 디딤돌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런 측면에서 최 이사장이 취임 후 가장 공을 들인 것이 중소기업들의 매출채권보험 확대다. 최 이사장 특유의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철학이 빛을 발했다. 매출채권보험은 기업이 거래처에 외상으로 판매한 대금을 회수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금을 신보가 최대 80% 보상해주는 공적 보험으로 중소기업의 외상 거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취임 후 첫 현장 간담회에서 매출채권보험이 필요하지만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는 기업의 고충을 들었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관내 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이를 확대하고자 전국을 뛰어다니며 지자체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으로부터 3년간 150억 원의 출연금을 확보하고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 민간 금융기관 3자 간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보험료를 최대 90% 지원하는 협업 모델을 완성했다. 2019년 최초 2곳에 불과했던 참여 기관은 현재 광역지자체 16곳, 기초지자체 43곳, 은행 1곳 등 60곳으로 대폭 늘었다.


신보에 붙은 별명은 ‘구원투수’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 지원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이 맞은 위기는 코로나19 여파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라는 복합 위기였다.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당시 시작한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의 재원이 고갈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신보가 보증하고 은행에서 최대 4000만 원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부실이 발생할 경우 신보가 이를 대신 변제하는 구조로 부실률이 증가하면 신보 재정에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부실률이 큰 폭으로 상승해 올 상반기 대위변제액 집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가량 증가한 2652억 원을 기록했다. 최 이사장은 “소상공인 위탁보증 계정은 대위변제 재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총보증 운용배수를 고려할 때 중소기업 보증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운용배수가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출연예산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이사장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신보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의 대답은 “모든 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자금 조달 채널을 공급하는 플랫폼 금융기관”이다.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맞춤형 자금 지원은 물론 위기에 처한 기업의 회생도 돕고 여러 기관에 산재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민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수요를 가진 기업들의 자금을 공급하는 ‘신보형 협업’과 여러 금융기관의 경쟁을 통해 이런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형 PB(Policy Banking) 서비스 ‘이노베이션1’이다. 기업 고객에 신보 보증뿐 아니라 협업 기관의 지원 사업까지 폭넓게 연결해주는 종합 솔루션으로, 지난해 서울경제진흥원·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한국가스공사 등 6개 기관과 시범 운영을 한 뒤 올 5월 정식 론칭했다. 올 상반기 금융·비금융 분야에서 두 가지 이상의 복합 수요를 가진 기업 20곳에 289건의 서비스를 연계 지원했다. 내년에는 구조조정 영역으로 확장한 ‘리이노베이션1’ 플랫폼도 론칭한다. 최 이사장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일일이 기관을 찾아다닐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신보 내에서도 사업들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는데 정책 기관까지 산재돼 기업들의 고충이 크다는 데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7월에는 비수도권 정책허브팀을 신설했으며 대상 기업 확대를 위해 기관 연계를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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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경북 청도 △1983년 고려대 경영학과 학사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 합격 △1989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99년 영국 버밍엄대 대학원 금융경제학 석사 △2012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국정과제1비서관 △2013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2014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 △2018년 금융결제원 상임감사 △2022년 8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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