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전기차를 생산 중소기업들이 인천 전기차 화재 등으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확산에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국내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와중에 전기차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여기에 중국산 전기화물차가 다마스를 대체할 소상공인용 이동수단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자동차통계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초소형 전기차의 누적 판매량은 총 114대에 그쳤다. 이는 2021년 2798대, 2022년 2715대, 2023년 578대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초소형 전기차란 최고 출력 15㎾·시속 80㎞ 이하 전기차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 경차보다 작은 차종에 해당한다. 국내에선 중소기업들이 주로 생산·판매해왔다. 차량 가격이 1000만 원대로 낮은 편인 데다 다른 전기차에 비해 충전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좁은 골목길에 상대적으로 쉽게 돌아다닐 수 있어 소상공인의 영업용 이동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2021년 단종된 경상용차 다마스의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한때 상당했다.
하지만 초소형 전기차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나 강변북로와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할 수 없어 점차 외면을 받게 됐다. 업계에서는 수 년 간 규제 완화를 요청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사이 트럭, 밴 등 전기화물차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초소형 전기차의 인기가 점차 시들해졌다. 게다가 초소형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2023년 350만 원에서 올해 250만 원으로 줄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1일 발생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로 인해 수요가 더욱 움츠러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 초소형 전기차 업체들의 영업망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1위 초소형 전기차 회사인 쎄보모빌리티의 최대 주주였던 캠시스가 지난해 경영권을 바이루트로 매각한 이후 차량 애프터서비스(AS)나 부품 조달 등이 더욱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구매하는 것 외에는 수요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리자동차의 쎄아밴이나 우링자동차의 e-토비 등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거세 전기화물차 등으로 생산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쎄보모빌리티는 아랍에미리트(UAE)나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특성에 맞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