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혈세 1100억 들이고도 무용지물…서울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 철거한다

市 "상가 활성화 효과없다" 판단
내년 삼풍상가~호텔PJ 구간부터

서울 종로구 호텔 PJ 서 측에 위치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의 한산한 모습. /사진=김태영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정책 방향이 충돌하는 대표적 사업으로 여겨지는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결국 철거된다. 1109억 원의 사업비 집행에도 불구하고 세운상가 7개 건물을 잇는 공중 보행로가 주변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는 우선 삼풍상가부터 호텔PJ로 이어지는 구간의 다리를 내년에 철거한 후 나머지 구간은 각 상가의 공원화 시기에 맞춰 정리할 계획이다.


30일 시에 따르면 시는 삼풍상가·호텔PJ 구간의 공중 보행로를 철거하는 방안에 대해 9월 중 주민 공청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호텔PJ~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상가를 잇는 약 1㎞ 길이의 다리 겸 보행로다. 이 시설은 박 전 시장의 세운상가 보존·재생 정책의 핵심이었다. 박 전 시장은 상가 간 연계를 높여 일대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2016~2022년 총 1109억 원을 투입해 공중 보행로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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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사업이 끝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공중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한 것은 시설이 일대 활성화를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의 집계에 따르면 공중 보행로 전 구간의 일평균 보행량(2022년 10월~2023년 10월 기준)은 1만 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10만 5440건)의 11%에 불과했다. 공중 보행로 아래 지상층의 일평균 보행량은 공사 전엔 3만 8697건에서 공사 후 2만 3131건으로 40% 감소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취임 후 세운상가를 전면 재개발하기로 방향을 틀면서 공중 보행로 철거가 불가피해졌다. 오 시장의 세운상가 개발은 7개 상가를 단계적으로 공원화해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고 공원 양옆을 고밀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오 시장은 2022년 이 같은 구상을 공개하며 “공중 보행로는 대못이 될 수밖에 없다”며 철거를 시사한 바 있다.


시는 앞서 세운상가군 7개 건물 중 삼풍상가와 호텔PJ를 가장 먼저 공원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만큼 공중 보행로 철거도 이 곳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주민 공청회, 도시재생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해당 구간의 공중 보행로를 없앨 계획이다. 이 구간 공중 보행로는 상가와 분리돼 있고 별도의 상업 시설도 없어 철거가 용이하다고 평가된다. 시 관계자는 “다른 구간의 공중 보행로는 상가와 붙어 있어 각 상가를 재개발할 때 함께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각 상가 개발에 맞춰 순차적으로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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