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中철강 수출 1억톤 넘을 것"…'중국산 철강'에 亞·유럽 몸살

中 생산업체 내수 소화못하며 수출량 계속 늘려
FT "과잉생산·밀어내기에 무역갈등 고조될 것"
中 철강업계도 "역대급 추운 겨울 맞을 것" 경고

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반케가 건설 중인 주거용 건물을 지난 5월에 촬영한 모습. 중국 부동산 업체들은 침체된 국내 경기와 주택 판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 중국의 철강 수출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에 저가 철강 제품으로 인한 무역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마이스틸(MySteel)을 인용해 올해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2016년 이후 최고치인 1억 톤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했다. 마이스틸은 올해 중국의 전체 철강 수출량이 1억~1억 1000만 톤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다. 하지만 최근 내수 건설 시장 등이 위축되면서 자국 내 소비가 부진하자 생산업체들은 동남아시아와 유럽 국가 등을 향한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 재팬의 상품 전략가인 이안 로퍼는 “중국은 세계에 철강이 넘쳐나게 하고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어 “각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자국 철강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보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수개월 간 중국을 상대로 점점 더 많은 무역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멕시코와 브라질 등 신흥국 국가들은 올해 이미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고, 베트남과 튀르키예 등의 국가도 ‘밀어내기’에 대한 새로운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올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3배로 올렸고 5월에는 유럽연합(EU)가 중국산 주석 코팅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캐나다도 지난주 철강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예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에서도 자동차 및 기계 등 부품에 사용되는 열연 코일의 수입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열연 코일 현물 가격은 이미 타격을 입어 연초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원자재 데이터기업이 아르고스 미디어의 철강 담당자 콜린 리처드슨은 “지난 12개월 동안 중국의 열연 코일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중국산 철강에 최소 18.1%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산 열연 코일 가격이 급락하면서 추가 관세에도 경쟁력 있는 가격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분석이다. 호주 최대 은행 중 하나인 ANZ리서치의 전략가인 다니엘 헤인스는 “중국 업체들은 통상 전체 생산량의 7~10%를 수출하는데, 올해 유럽과 아시아의 상대적으로 강한 수요로 인한 혜택을 많이 봤다”며 “특히 유럽과 같은 일부 지역 생산업체들이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 철강생산업체들에 문을 열어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최근 수 개월 간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는 조짐이라며 업계 전반의 위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과잉 생산과 밀어내기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중국 대형 국유공장을 대표하는 중국철강협회는 자국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 전쟁’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악의적인 경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 협회가 발표하는 중국 철강 가격지수는 지난달 16일을 기준으로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8월 신규 철강 공장에 대한 승인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철강사인 바오우강철그룹은 8월 철강업계가 2008년, 2015년의 위기보다 더 길고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 철강업체들은 올해 연초부터 7개월 간 28억 위안(약 5288억원)의 손실을 누적하며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마이스틸은 중국 제철소의 1%만이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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