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doctrine)를 개정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통해 확전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 차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도발 확대에 대응해 핵무기 사용에 관한 교리를 개정할 것이라고 국영 타스 통신에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타스에 "작업은 진전된 단계에 있으며 개정하려는 분명한 의지(intent)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 적들의 도발 확대 과정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령 형식으로 제시한 러시아 핵 교리에는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을 받거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이 있을 경우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들은 핵 사용의 문턱을 낮출 것을 촉구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교리는 살아있는 것이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교리 수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랴브코프 차관도 같은 달 정세를 반영해 핵 교리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랴브코프 차관의 이번 발언은 "개정이 실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가장 명확한 언급"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기습 공격하면서 전쟁 양상이 격화한 가운데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달 6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를 급습, 한 달 가까이 일부 지역을 장악하며 현재 1300㎢에 가까운 러시아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보유 선언국이 다른 국가의 침공과 영토 점령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을 '핵 위협'으로 간주하는 여러 성명을 발표하고, 우방이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자국의 전술핵 미사일을 배치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전차와 장거리 미사일, F-16 전투기 등을 공급하며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소위 '레드라인'이라는 순진하고 공허한 개념이 무너지는 걸 목격하고 있다"며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해지와 추가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보도된 한 인터뷰에서 서방이 "너무 멀리 가고 있다"며 러시아는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개정된 핵 교리가 언제 준비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