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대한항공(003490)에 지속가능항공유(SAF) 공급을 시작했다.
에쓰오일은 1일 "인천국제공항과 일본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주 1회 공급한다"고 밝혔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상용 운항 정기 노선 여객기에 국산 SAF를 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에서는 20번째, 아시아에서는 4번째 기록이다. 이날 인천발 하네다행 항공편을 시작으로 티웨이항공(인천∼구마모토), 아시아나항공(인천∼하네다), 이스타항공(인천∼간사이), 제주항공(인천∼후쿠오카), 진에어(인천∼기타큐슈)이 올해 4분기까지 순차적으로 SAF를 급유한다.
SAF는 동식물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 및 대기 중 포집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돼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에쓰오일은 올 1월 국내 최초로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정제 설비에서 시범 처리했고 4월 국내 최초로 SAF 국제인증(ISCC CORSIA)을 획득했다. 향후 국내외 수요 증가에 대비해 SAF 전용 생산 시설 건설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항공 분야 탄소 배출 감소와 친환경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한 SAF 확산 전략도 발표했다. 정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가 의무화되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의 SAF 1% 혼합 급유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적사 운송량을 기준으로 1% 혼합 급유가 의무화되면 연간 약 16만 톤의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승용차 5만 30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에 해당한다. 정부는 현재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으로서 글로벌 SA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기업의 SAF 생산 공장 신설 투자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장 인허가 절차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문제는 SAF가 기존 항공유보다 3∼4배 비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항공운임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SAF 혼합 의무화가 항공 운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사의 공항 시설 사용료 인하, SAF 이용 승객에 대한 마일리지 적립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운수권 배분 시 항공사별 점수를 매기는 과정에서 SAF 비용의 운임 전가 정도를 반영하는 방안 등도 적용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SAF를 사용하면 인천~하네다는 1000~2000원, 인천~파리는 약 6000원의 운임이 인상될 수 있다”며 “하지만 항공사가 SAF를 사용함으로써 탄소배출권을 덜 사도 돼 실질적인 비용은 더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운임비 변화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는 혼합 비율이 1% 수준이라 영향이 적지만 탈탄소 움직임에 따라 향후 전 세계적으로 그 비율을 높이도록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SAF 생산 단가가 내려가지 않으면 운임비 유지는 힘들어질 수 있다. EU는 내년부터 27개 회원국의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 급유 시 SAF를 2% 섞도록 의무화한다. SAF 혼유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SAF 시장 규모는 2022년 24만 톤에서 2030년 1834만 톤으로 70배에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