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가 두 달 연속 엔비디아의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 순매도 규모는 9063억 원에 이른다.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보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비중을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에 대한 고점론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빅테크 종목의 가격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주식을 1억 7898만 달러(2394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앞서 7월에도 4억 9843만 달러(6669억 원)가량 팔았다. 두 달간 엔비디아의 주식을 대거 정리한 것이다.
이 기간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올 7월 1일(현지 시간) 124.30달러였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달 말에는 119.3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블랙먼데이(8월 5일) 이틀 뒤인 지난달 7일에는 주가가 98.91달러까지 빠졌다.
서학개미는 올 6월까지만 해도 엔비디아의 주식을 11억 2388만 달러(1조 5051억 원)어치 쓸어 담았다. 이런 방향 전환은 AI 피크아웃(정점을 찍은 다음 하락)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AI가 미래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익화 모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의 출시 시기가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보다 조금 늦춰지는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도 투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서학개미는 4월과 5월에도 엔비디아의 주식을 각각 6588만 달러(882억 원), 8591만 달러(1150억 원)어치 순매도 한 바 있다. 다만 이 기간에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903.63달러에서 1096.33달러까지 20% 이상 급등하던 시기여서 연초부터 엔비디아를 쓸어 담았던 서학개미가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현재 가격대가 매력적이지 못한 상황”이라며 “적정한 수준의 가격 조정이 진행되거나 새로운 모멘텀 확보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치는 높아진 반면 실적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 등이 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AI 피크아웃보다는 높아진 눈높이가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