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과·생산성과 무관하게 임금과 복지를 상승시키는 전략은 근로자의 직무 몰입도를 낮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일의 의미와 개인의 성장 등 구성원들의 직접 동기를 충족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제언이다.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외 인사 조직 및 임금제도 사안에 대한 전문가 견해와 기업 사례를 수록한 ‘임금·HR연구 2024년 하반기호’를 발간했다. 국내외 기업들의 전략과 사례들을 제시해 합리적인 인사관리를 위한 시사점을 전달한다는 목표다.
연구 논단으로 참여한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저몰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생산성과 성과에 상관없이 임금과 복지를 과도하게 상승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교수는 “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자리임에도 평균임금을 상승시킨다면 임금발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갤럽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국가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직무 몰입도는 글로벌 최하위 수준이다. 대한민국 근로자 중 열의를 가지고 몰입해서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2%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국 125개국의 평균인 21%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34%, 21%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몰입도가 심각하게 낮다고 평가되는 근로자 비율은 65%에 달한다.
낮은 몰입도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4.2%, 주요 7개국(G7)의 61.9% 수준이다. 기술적 수준이 같을 경우 동일한 시간을 일해도 다른 국가와 비교해 충분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임금과 복지는 본래의 상태가 아니라 올라간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 톱니바퀴 효과가 있다”며 “다음 해에도 같은 인상분을 올린다면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임금과 복지로 이뤄진 기존의 HR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의 의미와 개인의 성장이라는 직접 동기를 앞세우는 한편 금전적인 보상과 같은 간접 동기는 달성한 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후방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 인력인 MZ세대 중 직접 동기의 중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은 Z세대가 77%, M세대는 81%에 달했다.
아울러 윤 교수는 직접 동기를 구성원들에게 부여하는 ‘진성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성 리더는 사명과 목적이라는 기업의 울타리로 직접 동기를 구성원에게 부여하는 사람을 뜻한다. 윤 교수는 “진성 리더는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발전을 이원론적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구성원에게 주문해야 한다”며 “개인의 성장 체험과 회사의 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유기적 성장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