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빈 우주항공청장 "우주탐사 '퍼스트 무버' 목표…궤도 수송선·재급유 기술 개발 추진"[특별인터뷰]

태양관측 탐사선 세계 첫 개발 등
우주운송 개념 다각화 맞춰 대응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궤도 수송선과 재급유 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권욱 기자

“앞으로는 우주발사체가 우주선을 달처럼 특정한 위치까지 보내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KTX를 타고 가고 대전부터 원하는 장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는 식으로 개념이 바뀔 것입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선진 형태의 우주 운송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우주탐사를 새로운 개념으로 전환하기 위해 재사용 발사체 외에도 ‘궤도수송선(OTV)’과 우주 궤도상 재급유(refueling) 기술 개발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윤 청장은 “다양한 우주탐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송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라며 “재사용 발사체와 같은 경제성을 갖추고 독자적인 수송 능력이 부족한 국가는 급속히 커지는 우주 경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궤도수송선은 위성을 특정 궤도나 지점으로 이동시키는 데 사용되는 우주선이다. 위성이 발사체를 통해 특정 지점까지 도달하면 궤도수송선을 통해 원하는 궤도로 다시 이동하는 식이다. 저궤도를 전초기지로 삼아 다양한 궤도로 진입시키는 식으로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발사체가 KTX라면 궤도수송선은 택시인 셈이다. 윤 청장은 “발사체를 중간 지점까지만 보낸 뒤 그 뒤에 원하는 고도와 지점까지는 택시의 개념처럼 이동하는 궤도수송선을 활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청장은 이와 함께 장거리 우주 항해 도중 연료를 중간 급유할 수 있는 우주 궤도상 재급유 기술 개발 계획도 언급했다. 재급유는 본격적인 우주탐사 시대에 앞서 우주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유럽 등 우주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기술이다. 윤 청장은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화성 유인우주선 계획을 언급하면서 “화성까지 한 번에 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연료를 실은 우주선과 도킹해 우주에서 연료를 공급받는 식으로 장거리를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진 형태의 운송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예산편성부터 조금씩 시작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윤 청장은 향후 우주 운송 수단의 개념이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주청은 지금껏 인류가 도달하지 못했던 라그랑주(두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 L4 지점을 탐사하기 위한 태양 관측 탐사선(L4 탐사선)도 최초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후발 주자인 한국이 우주탐사 분야에서 가장 앞선 분야의 개척을 시도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살려서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를 해내는 ‘선도자(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도전적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우주 경제 강국 진입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청은 내년 재사용 발사체 선행 기술 개발 예산으로 편성한 50억 원을 활용해 추력 조절, 유도 제어, 항법 등 다양한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윤 청장은 “우주산업도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 도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국내 우주 분야 벤처기업의 신기술 도입을 적극 지원해 이 중 ‘똘똘한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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