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니 노도강 '들썩'…9억 이하 거래비중 늘었다

■강북·소형 '풍선효과' 심화
지난달 거래 46%가 4억~9억
서울 집값 상승폭 둔화됐지만
노원 대아2차 등 잇단 신고가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바라본 노원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의 대출 규제 권고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7월부터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대출이자 부담에 아파트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노원·도봉·강북(노도강) 지역이나 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풍선 효과’가 벌어진 셈이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제도가 시행된 이달부터 대출 한도도 급감해 9억 원 이하 매물 선호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4억 원 이상 아파트 중 4억~9억 원 사이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중은 △4월 43.2% △5월 40.1% △6월 36.6%로 줄어들다 △7월 38.4% △8월 46.2%를 기록했다.


이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금액도 다시 낮아졌다. 5월 12억 5203만 원, 6월 12억 8226만 원으로 상승하던 평균 아파트 매매 금액은 △7월 12억 6753만 원으로 하락한 뒤 △8월 11억 4106만 원으로 급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7월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에 가산금리를 경쟁하듯 올리기 시작했다”며 “이에 강북 지역과 소형 평수의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도강 등 강북 지역의 일부 단지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노원 대아 2차아파트 전용 84㎡형은 지난달 12일 전고점 대비 7600만 원 오른 6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도봉 벽산아파트 전용 59㎡형 역시 지난달 7일 1억 1500만 원 오른 4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상승 폭이 둔화된 가운데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즐비한 도봉·노원구는 상승 폭이 증가했다. 도봉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주 0.10%에서 0.12%, 노원구는 0.12%에서 0.17%로 올랐다.


이날부터 시작된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로 인해 노도강 등 9억 원 이하 아파트의 수요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은 올 7월 기준 722건으로 전달 대비 60%가량 증가한 가운데 △도봉구는 36% △강북구는 30% 늘어났다. 노도강의 갭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갭투자가 의심되는 노도강 아파트 매매 건수는 43건(3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7건(130억 원)에서 2.5배 각각 증가했다.


대출 규제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며 “대출 규제로는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이 낮은 강북 지역의 아파트 가격만 올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시행되는 9월 이후로 상승세가 둔화될 수는 있어도 아예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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