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조율 명장 노하우 한눈에…"피아노 이해 폭 넓어졌죠"

■삼성문화재단 '조율사 양성사업'
국내외 전문가 초청 맞춤 교육
"본고장 원류 배워 기술적 영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삼성문화재단 국내 피아노 조율사 양성과정 심화과정에서 홍지수 조율사가 울리히 게르하르츠 런던 스타인웨이 지사장과 함께 조율 실습을 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그랜드피아노의 내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는 그랜드피아노의 대표 모델인 ‘스타인웨이 모델 D’의 조율 시연이 이날 영국 런던 스타인웨이 지사장인 울리히 게르하르츠 조율사의 손에서 이뤄졌다. 수많은 해머 하나하나를 사포로 정성스럽게 갈아 소리를 정돈하는 파일링 작업에 열중하는 조율사와 그것을 지켜보는 20명의 교육생들에게서 엄숙함을 넘어선 신실함이 느껴졌다.


이번 조율 시연은 삼성문화재단의 국내 피아노 조율사 양성사업 심화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열렸다. 해외 유명 조율사와 국내 명장의 노하우를 집중 전수해 늘어나고 있는 클래식 인기와 공연장, 조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된 행사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삼성문화재단 국내 피아노 조율사 양성과정 심화과정에서 울리히 게르하르츠 영국 런던 스타인웨이 지사장이 조율사들에게 조율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

조율·조정·정음으로 구성된 피아노 조율은 연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피아니스트의 감각과 요구에 딱 맞는 조율이 있어야 더 완벽하고 아름다운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의 전속 조율사이자 영국 런던 스타인웨이 지사장인 게르하르츠가 내한해 이번 교육을 담당했다. 그는 “기술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 손으로 일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것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2018년 제22회 조율기능경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홍지수(30) 조율사는 “심화과정에서 조율의 각 분야에 특화된 강의에 이어 해외강사 초청을 통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피아노 작업의 처음과 끝을 모두 볼 수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며 “조율·조정·정음에 이르는 연속적이고 총체적인 작업, 88개 건반 전체에 적용하는 실제 과정을 보여줘 조율사로서 악기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삼성문화재단 국내 피아노 조율사 양성과정 심화과정에서 울리히 게르하르츠 영국 런던 스타인웨이 지사장이 조율사들에게 조율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

조율사 양성사업 심화과정은 해외 조율사 초청 강연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7월부터 임종구·박성환·서인수 조율사가 한국 상황에 맞는 고급 교육을 통해 시대별·작곡가별 조율과 정음 및 배음, 건반 메커니즘 등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27~29일에는 국내 기술 세미나와 함께 아시아 피아노조율사협회 총회가 충남 천안 소노벨에서 조율사 350명을 대상으로 열렸다. 김현용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은 “일본·중국·대만·베트남·태국의 조율사들도 참석했다"며 “교류를 통해 기술적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율사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협회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회원들이 피아노와 조율의 본고장인 유럽의 원류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며 “실제로 양성 사업을 거쳐간 조율사들이 전문적으로 튜닝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도 관록 있는 명장들이 있지만 파트 별로 나눠져 있다면 해외 강사들은 총체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앞으로 할 수 있다면 리빌트(피아노 해체 후 재조립) 과정도 양성사업에 추가하고 싶어 협회 사옥을 옮기는 등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울리히 게르하르츠 영국 런던 스타인웨이 지사장.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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