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외교관’ 리일규 "北 엘리트층 인식 변해…김정은 즉흥성에 환멸"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흔들리는 엘리트층 포섭 필요"
"김정은 ICC 제소 등 두려움 줘야"
"통일톡트린 無반응…남한 선전하는 꼴이기 때문"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탈북힌 리일규(사진)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가 “북한 엘리트층의 북한 체제를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밝혔다.


리 전 참사는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의 ‘2024 국제한반도포럼’에서 “북한 간부들의 생존 방식은 뇌물”이라며 “뇌물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하면서 간부를 하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에서 언급함에 따라 통일부가 2010년부터 연례적으로 개최해온 1.5트랙 국제회의인 ‘한반도국제포럼’을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리 전 참사는 “김 위원장의 즉흥성에도 관리들이 환멸을 느꼈다”며 “조금만 잘못하면 총살을 한다. 이번에 수해가 났는데도 관련자를 경질시키는 등 간부들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강조했다.


리 전 참사는 “일반 주민들도 북한 체제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장마당에 나가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하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최근 청년을 겨냥해 제정한 3대 악법(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관련해 “주민들이 나만 억압하는 게 아니라 자식들까지 못 살게 군다는 반발심을 가지게 됐다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리 전 참사는 “2중 3중으로 겹겹이 있는 감시통제망과 무자비한 공포 정치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리일규(가운데)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의 ‘2024 국제한반도포럼’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우리의 대응에 대해서는 “통일이 되면 본인이 잘못될 것이라 생각하는 북한 간부들도 많은데, 간부 등에 김씨 일가의 노예로 살았다는 것을 인식시키면서 당신들이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라고 강조하며 포섭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한반도 통일이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강대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때문이라며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에 통일이 지역 평화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고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 전 참사는 "국제 공조를 강화해서 김 위원장에게 변하지 않으면 본인의 생존이 어렵다는 압박감을 줘야 한다"며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들에게도 통일이야 말로 '대박'이고 세계 10대를 넘어 5대, 3대 경제, 군사, 정치강국으로 가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8.15 통일독트린에 대해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완벽한 무시만이 최선의 선택이라 간주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통일을 지우겠다고 선언한 마당에서 한국이 통일독트린을 내놨다는 것을 말해봤자 북한 주민에게 남한을 선전하는 꼴 밖에 안돼 그렇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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