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앞서가는데 韓 뒷걸음질…"정부, 해외자원개발 적극 지원해야"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시급
2014년 2006억 '대출지원 예산'
잇단 삭감에 올 390억으로 줄어
韓기업 지분 보유한 광산 15곳뿐
핵심광물 對중국 의존 90% 육박
"민간에 투자기회 줘 장벽 낮춰야"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유전. 연합뉴스.


내년 6월 삼척 석공 도계광업소를 끝으로 국내 모든 석탄 광산이 폐광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더 이상 석탄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 주요 에너지원이 아닌 석탄 광산 폐광은 예정된 수순이지만 국내에서 채굴되는 주요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에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을 지원하는 특별 융자 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 심화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해외자원개발 특별 융자 예산은 올해보다 2.0%(8억 원) 삭감된 390억 원으로 편성됐다. 삭감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당초 이 사업 예산을 내년에 700억~1000억 원까지 늘리는 식의 논의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해외자원개발 특별 융자 사업은 민간기업이 유전, 가스전, 핵심 광물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 경우 투자액의 50% 이내에서 융자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민간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10년 이후에나 수익이 발생하는 고위험 사업이고 대규모·장기간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정부가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분담해주겠다는 것이다.


2014년 2006억 원에 달했던 이 사업 예산은 2017년 1000억 원, 2020년에 369억 원 등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 강화에 따라 자원 개발 투자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국제 자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의 해외자원개발 수요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개발 실패 논란에 공공기관의 해외 진출이 크게 줄어든 탓도 크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수요나 사업 집행률 등을 고려해 예산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자원개발 수요가 위축될수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료를 종합하면 한국 기업이 지분을 확보한 글로벌 리튬·니켈·코발트 광산은 2022년 기준 15곳에 불과했다. 중국(407곳)과 일본(31곳)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배터리 3대 광물 중에서도 가장 값비싼 코발트의 경우 한국이 5곳의 지분을 확보한 데 비해 일본은 13곳에서 광물을 공급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중국산 황산 코발트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대중 의존도는 각각 68.6%와 53.1%로 나타났다. 니켈은 한국이 53.6%, 일본이 34.8%로 격차가 더 벌어져 있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핵심 광물자원을 정·제련해 가공한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가 무려 80~90%에 이르는 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 관련 산업의 취약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해외 광물자원 개발의 꾸준한 추진이 필요하다”며 “직접투자를 통한 광산 개발보다는 지분 투자가 보다 긴 안목에서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처럼 핵심 광물 수급처 확보를 위한 민관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의 경우 광해광업공단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은 사실상 사라졌고 정부가 지난해 해외자원개발 융자 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높이기는 했지만 이 역시 2012년 수준(90%)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핵심 광물 프로젝트와 관련해 “리스크가 높은 해외 광물자원 탐사를 국가 주도하에 실시하고 민간기업에 투자 기회와 정보를 제공해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 및 세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지원에 더해 석탄공사와 광해광업공단 사이의 원만한 통폐합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석탄공사가 사라져도 무연탄 유통·판매는 2050년까지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판매 부문과 본사 인력 간 고용 승계가 첨예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석탄공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고용 승계 불허 방침에 “고용 승계를 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계속 최종 결정을 미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석탄공사 본사가 철거될 경우 지역 상권에 타격을 입게 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변수다. 정부는 석탄공사 옛 부지에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과 호응하는 새로운 시설을 지어 지역민 반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폐광이 있는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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