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작은 거품과 큰 거품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돼 9개월이나 지속된 글로벌 주식시장 상승에 급제동이 걸리는 것 같았다. 무난했던 시장 흐름이 8월 들어서자마자 패닉으로 표현될 정도의 급락세를 보였다. 국가 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0~20% 이상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례적인 시장의 반전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는데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급락 직전의 주가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거품에 시달린다.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면 너무 빠른 속도로 손실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우 평균적인 시장의 균형점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중된 불안감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엔화의 급격한 절상 같은 이벤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불가피한 듯 하다.


거품 과민 반응에 대한 이해와는 별도로 투자자들이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거품에도 작은 거품과 큰 거품이 있다. 작은 거품들이 시장 급락으로 해소가 되면 이후 정말 큰 거품이 나오기까지 지속적인 상승 랠리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 말이다.


1996년 10월 14일, 다우존스 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식시장의 강세가 7년 간이나 지속되면서 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높아졌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면서 세계금융시장을 리드했던 앨런 그린스펀도 거품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해 12월,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표현된 유명한 문구의 경고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단기적으로 미쳤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은 거품에 대한 의심과 우려, 금리 인상 속에서도 3년 4개월간 더욱 강력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주식시장의 거품과 경제의 역동성은 양면으로 공존한다. 양면이 중첩돼 있기 때문에 경계선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역동성에 따른 호황의 기조가 거품으로 전환되거나 거품이 터지는 시점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그 변곡점을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투자한다는 것이다. 예측하기 불가능한 것에 목매다는 것보다 체력소진이 큰 것도 없다.


더욱이 거품에도 종류가 많다. 터지는 거품도 있지만 이내 사라지는 작은 거품들도 많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오히려 거품이 터지는 시점을 맞추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섣부른 예측으로 가뜩이나 불안하기만 한 심리적 변동성을 스스로 키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수익을 내야 하는 상승 장세에서 거품을 지나치게 우려하고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정작 두려워하지 않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작은 거품들에 놀랄 수도 있지만, 급등락으로 해소가 될 경우 놀라운 수익의 기회가 거품들 속에 내포돼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확실한 시장에 대한 분석보다는 자신이 버텨낼 수 있는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현재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주식시장이 언제 한번이라도 불안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거품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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