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까지 내려왔다. 다만 여전히 체감 물가가 높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연히 꺾이지 않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한은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저치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물가가 0.1% 오르면서 전달(8.4%)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농축수산물은 2.4% 상승해 7월(5.5%)의 절반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추석 성수품을 비롯해 생활물가가 높다. 배(120.3%)와 사과(17.0%)의 상승률이 높았고 김(29.8%), 섬유 유연제(16.8%), 도시철도료(11.7%) 등이 많이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도봉구 창동 하나로마트를 찾아 고객들에게 “아직 사과와 배 가격이 높은데 명절에 정부 보유 비축 물량을 많이 풀어서 가격을 좀 내리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준금리다. 물가는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통화 당국이 따져봐야 할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당장 인플레이션만 해도 체감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코로나19 이후 절대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통계청은 2020년 물가 수준을 기준 지수(100)로 두는데 총 458개 품목 중 지수가 100 이하인 품목은 43개(9%)에 불과했다.
한은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와 금리 인하 여력이다. KB국민과 신한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8조 6616억 원으로 한 달 새 8조 9115억 원이나 불어났다. 금융 당국은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확대 적용돼 차주별 대출 한도가 줄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도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 달짜리 데이터만으로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확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만 보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시기”라며 “다른 최종 안정 요인들을 봐서 여기서부터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금리 인하 여력도 한은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25~5.50%이지만 한국은 3.5%다. 미국의 금리 인하 횟수와 폭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를 고려하면 다음 달 금리를 내릴지, 아니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실탄을 아껴 11월에 금리를 내릴지 두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11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내수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성장률과 수출도 함께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한은이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 2.4%는 잠재성장률인 2%대 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