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9월 약세장’ 경계심이 뒤섞이며 기술주 투매가 벌어졌다. 9월 첫 거래일 나스닥 지수는 3% 이상 하락했고, 지난달 5일 이후 최악의 폭락장이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던 엔비디아는 10%가량 폭락하며 하루만에 시가총액 2789억 달러(374조 원)가 증발, 역대 최대 일일 시총 손실 기록을 썼다.
3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77.33포인트(3.26%) 하락해 1만7136.3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626.15포인트(1.51%) 내린 4만936.93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19.47포인트(2.12%) 하락한 5528.93에 마감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5.17포인트(33.25%) 오른 20.72까지 올랐다.
기술주 하락세가 컸다. 인공지능(AI) 중심 랠리의 중심축인 엔비디아가 9.53% 폭락했고 브로드컴이 6.16%, TSMC가 6.53%, 마이크론이 7.96%, AMD가 7.82%, 퀄컴은 6.88%, 인텔이 8.80%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7.75% 급락했다. 애플이 2.72%, 마이크로소프트(MS)가 1.85%, 알파벳(구글)이 3.94%, 아마존이 1.26%, 메타가 1.83%, 테슬라가 1.64% 내리는 등 ‘M7’ 주가도 일제히 내렸다. 타 분야도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필수소비재(0.76%)와 부동산(0.27%) 2개 업종만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9월 초 미국 노동절 연휴를 지나는 와중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예상치이던 47.5를 하회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PMI도 47.9로 지난달 49.6보다 낮아졌다. PMI은 5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PMI는 다섯달 연속 50 이하를 기록 중이다.
실업률 상승 우려도 커졌다. 8월 18~24일 기준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건수가 전 주보다 1만3000건가량 늘었다.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모델은 3분기 전기 대비 연율 환산 성장률을 2.0%로 제시했다. 지난 7월 26일 첫 공개됐던 수치인 2.8% 이후 최저치다.
9월 첫 거래일부터 이뤄진 폭락에 역사적으로 약세를 보여온 ‘9월의 공포’가 퍼져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S&P500는 9월 2.3% 손실을 기록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조업 생산에 대한 두 가지 수치가 약세 조짐을 보이자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미국 경제 내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고 매도세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픽테트 자산관리사 수석 전략가 아룬 사이는 "오늘 시장은 우리가 경제 침체 공포를 너무 금새 잊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시 미국 제조업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진 여파다. 이날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대비 3.21달러(4.36%) 하락한 배럴당 7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최저치다.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3.77달러(4.86%) 내린 배럴당 73.75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