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통한 이해, 이해를 통한 관계 '딸에 대하여' [정지은의 리뷰+]

영화 '딸에 대하여' 리뷰
엄마,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의 동거
사랑을 통한 이해, 이해를 통한 관계를 그리다

'딸에 대하여' 스틸 /사진=찬란

"너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 가족이 될 수 있는 거냐고!"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하게 막고 있단 생각은 안 해?"


할머니와 엄마, 엄마와 딸, 그리고 딸과 연인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관계를 그려낸 '딸에 대하여'가 극장가를 찾아왔다. 김혜진 작가가 쓴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사랑을 통한 이해, 이해를 통한 관계가 지닌 모든 단면을 이미랑 감독만의 색채로 비춘다.



'딸에 대하여' 스틸 /사진=찬란

◇딸의 동성 연인, 그리고 엄마가 삼킨 감정의 파동 =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는 요양사로 일하며 일상을 보내는 엄마(오민애)가 딸 그린(임세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인 레인(하윤경)과 함께 살게 되며 벌어지는 감정의 파동을 새긴 작품이다. 동성애를 향한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엄마는 자신의 딸에 대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삐죽한 시선은 곧장 그린과 레인에게 향한다. 돈 문제로 인해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으나 자신의 집에 들어와 대놓고 애정을 드러내는 딸의 모습을 보기 쉽지 않은 엄마는 결국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한다. 대학 동료 강사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파면당한 사실에 부당함을 느껴 시위에 나가 다치고 오는 딸을 이해하지 못하고 죄인 취급하며 끝내 비수가 섞인 말을 뱉어내고야 만다.



'딸에 대하여' 스틸 /사진=찬란

◇비정규직부터 노약자까지...우리 모두의 이야기 = '딸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대사회 어디에서나 볼 법한 군상이며 등장하는 문제들 또한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화젯거리들을 마주한다. 이미랑 감독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이끌어낸다.


평소 요양사로 지내는 엄마는 일평생 어린아이들을 도우며 살았으나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채 치매에 걸려 늙어가는 노인을 보면서 자신의 노후, 그리고 딸의 노후 문제에 대해 고심한다. 그린과 레인은 성소수자 연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과 맞서 싸우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해고를 받은 동료 강사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선다.


이 모든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외면하기 쉬운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모시던 어르신의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을 주변인들이 반대하자 "어떻게 저게 남의 일이야?"라고 엄마가 절규하는 모습이야말로 이 작품의 메시지이자 관객들의 마음을 격동으로 휘감는 절정의 장면이다.



'딸에 대하여' 스틸 /사진=찬란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은 영화 '딸에 대하여' =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지만 그중에서도 '국민 엄마' 오민애 배우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 영화 '파일럿', '한국이 싫어서' 등 수많은 작품 속에서 엄마를 표현했지만 '딸에 대하여'의 엄마는 또 다른 모습이다. 오민애는 딸을 지키는 엄마로, 어르신을 지키는 보호자로, 그리고 엄마를 떠나 자기 자신을 찾는 한 여성으로서의 성장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중에서도 명장면은 작품 속 '엄마'로서만 등장하던 오민애가 작품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다른 일을 찾으려 내민 이력서를 통해 진짜 이름을 보여주는 신이다. 세상을 딛고 일어선 한 여성이 이름을 되찾는 모습을 찬연하게 전한 오민애의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가 나아갈 새로운 세계를 응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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