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죽었는데 굳이 이혼하는 아내들 왜?…"시부모·시댁과 인연 아예 끊을려구"

[지금 일본에선]
배우자 사망 이후 이혼 선택
2001년 2213건에서 2022년 3000건 넘어
유산 상속·유족연금에도 영향 없어
여성이 주로 신청, 시부모 동의 필요 없어

이미지 제공=플라멜

‘사후(死後)이혼’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일본에서 배우자 사망 후 이혼을 선택하는 '사후 이혼' 현상이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케이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후 이혼 건수는 2012년 2213건에서 2022년 3000건을 넘어서며 10년 만에 급증세를 보였다.


사후 이혼의 특징은 주로 여성이 신청하며,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이다. 신청서를 지자체에 제출하는 것만으로 가능하며, 시부모의 동의도 필요 없다. 또 일반적인 이혼과 달리 유산 상속권이나 유족 연금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아 경제적 불이익 없이 인척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50대 일본 여성은 "결혼 생활 동안 관계가 좋지 않았던 시어머니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사후 이혼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는 현대 일본 사회에서 가족 간 연결이 약화되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한 변호사는 "현대의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연결이라는 인식이 주류"라며 "시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부양 의무를 지고 싶지 않은 경우, 인척 관계를 끊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후 이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 관계는 청산되더라도 감정적 대립은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손주들과 시부모 간의 관계는 유지되기 때문에 유산 분배 등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사회의 가족 구조와 가치관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주의 확산과 함께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 대한 재정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가족법 개정이나 상담 서비스 확대 등의 대책 마련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1인 가구 증가,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가족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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